전기는 현대 산업 사회의 혈액에도 비할 수 있다. 피가 돌지 않으면 곧 창백해지고 괴사하고 쓰러지게 되는 것처럼 전기의 생산과 공급이란 어느 사회 어느 나라에든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는 것이다. 북한의 5.14 단전 조치는 당시 한반도 발전시설의 89%, 발전량의 96%가 북한지역에 편중돼 있었던 상황에서 감행한 '전기의 무기화'였다. 남한은 전기 생산을 늘리기 위해 필사적이 됐다. 남한 최대 발전설비인 영월화력발전소 긴급 복구 공사가 시작됐고 그를 위한 강원도 일대 탄광에 채탄량을 늘리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당인리 화력발전소와 부산 화력발전소에 쓰일 일본산 유연탄의 수입도 허락됐다. 제한송전이 실시됐고 전차들의 사용도 줄어 심각한 교통난을 초래했다. 이른바 '블랙 아웃'의 현실화였다. 그 와중에도 대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