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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예비력이 5백만kW 밑으로 떨어지자마자 오전부터 변압기 탭조정한다는 문자가 쉼없이 울린다. 오후엔 주간예고를 시행하니깐 전 사업소 목표량을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팀장님 목소리가 사무실에 쩌.렁.쩌.렁. 사무실 온도계가 가리키는 기온은 32℃. 머리 쓰기 싫을 정도로 후덥지근한 사무실에서 쓰러지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기적으로 느껴졌던 그때. 바로 작년 이맘때 사무실 풍경이었다.


*변압기 탭조정 : 전력수요를 낮추기 위해 변전소 변압기의 전압조정시행으로 전체 부하의 1% 내외 감축

*주간예고 : 고객에게 특정시간대 전기사용을 줄일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 보통 시행 하루전에 고객 안내 시행


온 국민이 전기를 아껴써야만 했던 작년에 비하면, 올해는 비교적 그리 부족하지 않은 전력으로 조금은 더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고들 한다, 현재까지는...

이 상황에  ‘전력수급 비상대비 모의훈련’이 필요할까? 답은 ‘그렇다’ 이다. 


"7월 현재 예비력 수준은 7백만kW가량이며 비상 단계인 4백만kW 미만까지는 3백만kW의 여유가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한여름의 기온이 1℃ 증가할 때 냉방기 가동량은 1백만kW 가까이 증가한다고들 한다. 거기다 노후 또는 안전상의 문제로 발전기라도 정지하면 예비력은 바로 곤두박질친다. 전력수급 비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훈련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여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이 되어 있어야 한다." 라고 팀장님이 말했다. (말은 기가 막히게 잘하심^^) 어떠한 일이든 왜 하는지를 알아야 열심히 즐겁게 효율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폭풍 긴장감이 감도는 전력수급 상황실


지난 7월 1일 모의훈련하는 날, 전국의 수요관리부서 담당자들은 사장님을 비롯한 경영진, 처실장님들이 보는 가운데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모의훈련 상황은 발전기 불시정지와 이상고온으로 예비력이 저하된 상황을 가정해 하계 전력수급 추진대책과 비상대응체계를 점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상신호감지로 터빈발전기가 가동을 멈춰 한빛 3호기, 6호기와 한울 3호기 등 원전 3개가 갑자기 정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예비력이 240만㎾로 감소하여 15시 5분부로 전력거래소에서 수급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였습니다."

내 몸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아드레날린 분비가 시작된다. 갑자기 화장실 생각이..끙

 


사내방송이 울려퍼진다~ 



변압기 탭 조정, 현장절전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력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 스마트폰으로 지인들에게 절전을 요청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절전파도타기 시스템을 경영진을 포함해서 함께 시연하기도 하였다. 


사장님 깜짝 등장! 절전파도는 이렇게 타는구나~





최고 경보인 심각단계 발령! 현실이 된다면? 끔찍한 상상은 노노




예비력 40만kw로 심각단계 발령! 급전소의 일괄제어 시스템으로 배전선로를 차단하는 순환단전까지 시행하는 상황까지 마치고, 수요감소 및 민간발전기 공급으로 수급경보를 해제하면서 훈련은 마침내 끝났다. 휴우~


수급경보별로 해야 할 일은 다르다   


수급경보에 따라 내가 할 일은?

이제 의미있는(지루하긴 하지만) 훈련을 반복, 반복 준비하여 예비력 수준별 조치사항을 달달 외우게 되었다.


  5백만 미만 준비 : 지하2층 상황실로 튀어가서 사업소에 SMS 발송

  4백만 미만 관심 : 고객님들께 “아껴 주세요, 전기!!” 문자 발송

  3백만 미만 주의 :  긴급절전 고객들 문전에서 “줄여봅시다” 외치기

  2백만 미만 경계 : 민방위 사이렌 울려달라고 부탁하고, 

  1백만 미만 심각 : “고객님, 순환단전이 예상됩니다.” 라고 전화로 외치며 처절하게 읍소하기


우리는 언제든 수급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몸이 먼져 반응하여 위기에 대처하는 "훈련"이 된 것이다. 든든한 보험을 가진 듯한 그런 기분이 느껴지는가? 아마, 반복된 연습으로 프로가 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느낌일 것이다. 


주변에 보통사람은 결코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업무적으로 뛰어난 담당자들을 보곤 한다. 그들도 어쩌면 본인의 Field에서 피나는 훈련을 통하여 그러한 “전문가”가 되지 않았을까? 나아가 그 상황을 즐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축구 이영표 선수가 논어에서 인용 했던 말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 라는 말을 되새기며.. 더 풍요로운 내 삶을 위하여 날마다 즐거운 “나 만들기” 훈련에 임하련다. 이것이 “수급비상 모의훈련”을 통하여 내가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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