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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들을 웃고 울리는 ‘스트라이크존’



지난 11월 2일, 2016년 프로야구가 두산 베어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올해는 프로야구의 열기가 여느 때보다 더욱 뜨거웠던 해로 기억될 듯합니다. 가을야구행 티켓을 획득하기 위한 혈투를 관람하기 위해, 역대 최다 인원인 833만 9577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으니까요.


올해 한국 프로야구가 인기를 얻은 데는 '타고투저' 현상도 한몫 했습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타율 3할을 넘긴 타자만 40명이 배출될 정도로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0:1 승부보단 8:9 승부가 더욱 짜릿하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선수들은 타고투저 현상의 원인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지적합니다. 심판들이 지나치게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형성하고, 투수는 어쩔 수 없이 가운데로 던지다가 안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여기에 공감하려면 우선 스트라이크존이 무엇인지, 경기 중 어떤 역할을 하는지부터 알아봐야겠습니다.



[‘타자놀음’이었던 스트라이크존이 없던 시절]



야구팬이라면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 이는 야구의 정석이자 진리라 할 수 있습니다. 당장 올해 KBO 우승의 일등공신이 외인투수 니퍼트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현대 야구의 아버지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이 말을 듣는다면, 어이없어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초기 야구에서는 야구가 '타자 놀음'이었기 때문입니다. 




1800년대 중반까지 야구에는 ‘스트라이크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야구는 단지 많은 점수를 낸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투수는 타자가 치기 좋게 한복판에 공을 던져야 했고, 공을 잘 던져줘도 타자가 치지 않으면 투수는 계속해서 공을 던져야 했습니다. 때문에 타자들이 공을 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는 걸 막기 위해 1845년에 '삼진아웃' 제도가 새롭게 생겨났지만, 당시의 삼진아웃은 타자가 헛스윙을 3번 할 경우에만 아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렇기에 19세기의 야구는 타자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규정을 가진 스포츠였습니다.


하지만 1858년 고의적으로 경기를 지연하는 선수들에게 최초의 '스트라이크'가 선언된 것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스트라이크존과 볼넷 규정이 1889년에 완전히 뿌리내리게 되면서 야구라는 스포츠에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어납니다.



[야구의 근본을 바꾸게 된 ‘스트라이크존’의 탄생]


앞서 말씀드렸듯이 초기 야구는 치기 좋은 공을 강하게 받아쳐서 점수를 내는 매우 단순한 스포츠였지만, 스트라이크존과 볼넷이 생기면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전략은 비로소 체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이유 자체가 바뀌었고, 투수는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잡으려는 목표가 생겨났습니다. 또한 타자는 공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필요하게 되었고, 투수와 타자 사이의 머리싸움은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야구에서 스트라이크존의 탄생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들의 등장은 야구의 근본을 바꾸어 놓았고, 야구의 중심을 타자가 아닌 투수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야구가 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대중적인 스포츠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트라이크존을 통한 ‘스트라이크와 볼’의 판정]



야구를 직관하기 위해 야구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심판이 요란한 제스처와 함께 "스트라이크~아웃!"이란 심판콜을 외치는 걸 본 적 있을 것입니다. 


스트라이크 판정은 야구에서 심판이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대략 3시간의 경기 시간 동안 야구공은 투수의 손으로부터 포수의 미트까지 대략 150회 정도 날아가기에, 그만큼 야구 경기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에 따라 야구 경기의 경기 결과와 경기 후에 주심에게 쏟아지는 야유와 악플까지도 결정된다는 말에는 조금의 과장도 섞여있지 않습니다.




야구 규칙 2.73은 스트라이크존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플레이트 상공을 말한다. 스트라이크존은 투구를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


즉, 홈플레이트 위 가상의 공간이 스트라이크존이 된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시속 150km 내외의 빠른 공이 정말로 플레이트 위를 통과했는지, 아니면 살짝 걸쳤는지 여부를 사람의 눈이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구별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또한 존의 높낮이도 ‘수평선’, ‘무릎 아랫부분’, ‘타자의 스탠스’ 등으로 표현되어 사실상 주심의 개인적인 판단에 맡겨두고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무릎 아래인지, 어깨와 벨트 사이 수평선이 어느 지점인지 하는 판단은 결국 주심의 몫입니다. 때문에 심판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조금씩 차이나기도 합니다.


스트라이크존을 한 마디로 쉽게 표현한다면 '타자가 칠 수 있는 범위로 들어오는 공'일 것입니다. 실제 야구에서도 스트라이크와 볼의 구분은 타자가 칠 수 있는 공만을 투수가 던지게 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이는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가장 명확한 설명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가 과거와는 여러모로 달라졌지만, '타자의 타격 범위'라는 스트라이크존의 기본 원칙은 동일합니다.




때문에 야구에서 스트라이크존이 하나의 형태로 일관되지 않는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타자가 투수를 당해 내지 못한다 싶을 때면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고, 반대로 투수가 힘을 쓰지 못하게 됐을 때는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결국 스트라이크존은 투수와 타자 중에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강해지지 않게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항상 구설수에 오르는 ‘인간적인 스트라이크존’]



심판들이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형성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경기 후에 일어나는 오심 논란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해 중계방송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경기 중 형성된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분석하는 팬들이 크게 늘었는데요.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잡았다간 팬들의 질타를 받을 우려도 그만큼 커지기에, 심판들은 자기도 모르게 스트라이크존을 더욱 좁게 잡게 된다는 것입니다.




타고투저의 원흉으로 스트라이크존이 지목되며 심판들은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하지만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심판 고유의 영역입니다. 따라서 심판들은 차분하게 자신들의 중심을 잡고 판정하도록 노력하되, 일관적인 스트라이크존을 유지하며 자신감 있는 판정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경기 뒤에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 검토하고, 다음에는 좀 더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판정을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야구팬들도 주심의 사소한 볼 판정 하나에 과도하게 항의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행위는 심판은 물론 야구 발전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때문에 심판과 함께 선수와 코칭스태프, 관계자, 그리고 수많은 야구팬들에게도 보다 성숙한 야구 문화가 요구됩니다. 야구도 결국은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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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엉겅퀴 2017.03.05 00:22
    블로그에 좋은 글이 참 많네요.
    자주 들리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