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슬리포모닉스 

- 우리는 잠이 필요하다-



[잠이 부족한 시대]



요즘 사람들에게 커피는 그냥 음료가 아닌 필수품입니다. 지금 당장 거리에 나가보면 길거리에 즐비한 카페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걷는 직장인들과 마주하게 될 정도입니다. 이 정도로 커피가 유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커피 한잔의 여유를 통한 자기만족이나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하고 싶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잠을 쫓기 위한 목적일 거라 생각됩니다. 


2014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가별 하루 평균 수면시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7시간 49분으로 꼴찌였습니다. 게다가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수면시간을 조사해 평균을 낸 수치입니다. 다시 말해, 성인의 수면시간은 이보다 더욱 적다는 의미죠.




예전 고대, 중세 시기엔 태양이 지고 어두워지면 잠을 자는 것 말고는 딱히 할 만한 게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내일의 육체노동을 위해 일찍부터 푹 잠들었기 때문에 몸이 원하는 수면시간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산업이 발전하고 조명기구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수면시간은 급격히 짧아졌습니다. 밤을 낮과 반대되는 휴식의 시간이 아니라 낮의 연장선상으로 여기게 되면서 야간근로나 밤놀이 등이 성행했으니까요. 이에 따른 피로 누적이나 수면 장애(불면증), 수면 부족으로 인한 각종 안전사고 등이 함께 늘어났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사람들이 수면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강구한 건 그로부터 한참이 더 지난 후였습니다.





[급부상하는 수면 시장, 슬리포노믹스]


슬리포노믹스(수면경제: sleeponomics)는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를 합친 단어입니다. 수면에 관련된 경제 산업을 이르는 이 용어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선 1990년대부터 이미 수면산업이 형성되기 시작되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수면 클리닉, 수면 카페, 입욕제, 화장수, 보조용품 등 다양한 수면산업이 발전중입니다.


최근엔 필로 필터(pillow fitter)라는 수면 컨설팅 전문가도 등장했습니다. 체압 분석기, 경추 측정 도구 등을 사용해 소비자의 수면 형태 및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수면용 상품을 추천해준다고 합니다.





[신개념 카페, 수면카페]


일본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 확산된 수면카페. 이곳은 이름 그대로 잠자리를 제공하는 카페로, 잠이 필요한 학생이나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합니다. 낮의 휴식시간에 짬을 내 푹 자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하는데요. 편한 실내화로 갈아 신은 후 칸막이로 나뉘어진 방에 들어가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잠을 즐긴다니, 책상에서 엎드려 자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안마기를 사용하거나 연인끼리 2인실을 즐길 수 있고, 침대뿐 아니라 해먹 등 다양한 잠자리를 고를 수도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푹 잠들었다 깨면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요? 연구진에 의하면 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은 기억력 향상 · 집중력 강화 · 스트레스 해소 · 업무 효율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낸다고 합니다. 수면의 질이 높을수록 효과가 강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죠.





[수면의 기본 조건, 침대 및 침구]


수면산업의 발전은 오랫동안 정체해 있던 침대 및 침구 산업에도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습니다. 더욱 섬세하고 까다로워진 소비자를 위한 '라텍스' 제품이 잇따라 등장한 게 그 증거입니다. 


라텍스는 말레이 반도를 중심으로 재배되는 고무나무에서 얻는 단백질 층에 쌓인 천연 고무의 입자가 물속에 떠 있는 상태의 액체입니다. 탄력성이 좋아 강한 충격을 받아도 금세 원상태로 되돌아가는 성질이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모양 변형 방지 및 온도 유지 등의 기술까지 적용된 라텍스 제품들은 등장 초기부터 인기를 끌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제품은 1mm 단위로 높이를 조절하거나 땀을 흡수한 후 배출하는 기능까지 있다니 대단합니다. 





[이 외 여러 수면산업들]


침구만 좋다고 잠을 푹 잘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신체적, 정신적 문제로 잠을 이루지 못할 경우 아무리 잠자리가 편안하더라도 소용없겠죠.


이런 사람들을 위한 수면산업 역시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건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거나 향을 맡거나 소리를 듣는 것인데요. 가령, 백색 소음 어플은 주변의 소음을 막고 안정된 뇌파가 나오는 빗소리, 파도소리 등의 자연적 소음을 방출해 숙면을 유도합니다. 블루라이트 안경은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LED 스크린에서 방출되는 블루라이트(수면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함)를 차단해주죠. 멜라토닌을 함유해 수면을 돕는 음료가 시중에 출시된 건 물론입니다.



[슬리포노믹스의 전망]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미국(20조원), 일본(6조원)에 비해 아직 작은 규모입니다. 하지만 국내 수면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것을 감안하면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산업이라 평가할 만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당연한 권리인 수면을 취하는 것이 이리 어려운 일이 된 게 과연 괜찮은 건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은 없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