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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인도의 할리우드를 꿈꾸다



[아시나요, 발리우드?]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스칼렛 요한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우리에겐 '국민배우'나 다름없는 할리우드 배우들입니다. 마찬가지로 엑스맨, 아이언맨, 어벤져스 등 많은 이들이 '국민영화'로 여기는 할리우드 영화들도 참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발리우드'가 '할리우드'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발리우드(Bollywood) 혹은 볼리우드라 불리는 이 단어는 뭄바이의 예전 지명인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오늘날에는 인도 영화 산업 전반을 가리키는 상징적인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인도와 남아시아의 영화 산업을 콜리우드(Kollywood), 톨리우드(Tollywood), 달리우드(Dollywood) 등으로 부르기도 하죠. 




많은 분이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사실 인도는 물량으로 볼 때 세계 최대 영화 제작 국가입니다. 게다가 인구 1인당 영화 관람 횟수가 연간 6.8회로 미국의 4.5회, 일본의 1.3회를 넘어 1인당 최대 영화 관람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는 '할리우드'제가 아니라 국산 '발리우드'라고 하니 은근히 부럽기도 하네요. 


현재 발리우드는 인도뿐 아니라 남아시아, 중동, 동남아시아, 나아가 영국, 캐나다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발리우드와 뮤지컬]


발리우드 영화는 영화 중간마다 노래와 춤이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뮤지컬, 영화, 콘서트, 무용이 한데 합쳐진 군무는 발리우드 영화의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죠. 이는 외국 관객들에겐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인도는 노래와 춤을 사랑하는 전통적 정서와 문화가 강한 나라입니다. 이는 영화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한 영화당 최소 3~4회 이상의 노래와 춤이 등장합니다. 영화 속에서 고조되는 긴장과 갈등, 사랑과 질투 등의 감정을 노래와 춤을 통해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것이죠. 이 때문에 발리우드 영화의 상영시간은 다른 나라 영화에 비해 더욱 긴 편입니다. 




인도인은 인도 영화를 가리켜 '마살라 영화'라 부르기도 합니다. '마살라'란 '양념'이란 뜻인데요. 하나의 영화 안에 노래와 춤, 수많은 감정이 양념처럼 한데 섞여있는 걸 재치있게 가리켰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발리우드 영화가 비극보다 희극이, 새드 엔딩보다 해피 엔딩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개인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계급과 가난 등 현실의 고통을 영화를 보며 해소하려는 관객을 위해, 기쁨을 더욱 고조시키고 비극을 희석시키는 노래와 춤을 넣게 된 것이죠. 



[친숙한 발리우드의 대표작, 세 얼간이]


(출처: 네이버 영화)



‘세 얼간이’는 발리우드나 인도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영화입니다. 발리우드를 접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입문작으로 권장될 정도죠. 적절한 웃음과 감동, 과하지 않은 뮤지컬 요소, 연기력, 교훈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훌륭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는 세 명의 ICE대 재학생이 등장합니다. 인도 최고의 명문대인 이 학교는 입학하기도 힘들지만 졸업하기가 더 어려운 곳인데요. 그런 대학교에 들어갈 만큼 똑똑한 세 사람이 왜 '세 얼간이'가 된 걸까요? 처음엔 세 사람의 얼간이 같은 행동을 보며 폭소하게 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엔 제목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 감탄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반전 아닌 반전이라 할 수 있죠.


세 얼간이 중 하나인 란초(아미르 칸)는 ICE에서의 주입식 교육과 성적 중시 풍토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교수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다 쫓겨나기도 하고, 주위에서도 그를 '얼간이'로 취급합니다. 하지만 파르한(R.마드하반)과 라주(셔먼 조쉬)등 그에게 동조하는 친구들이 점차 늘어갑니다. 란초는 이 친구들을 어떻게든 도우려 애쓰고, 그들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점차 란초와 마찬가지로 '얼간이'가 되어갑니다. 주위에서 볼 땐 얼간이지만, 보다 큰 시선으로 보면 인생의 승자가 된 것이죠.


진실된 우정이란 무엇인지, 무한 경쟁이란 쳇바퀴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으신가요? '세 얼간이'는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손을 들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의미로든 우리의 삶은 크게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 역대 최고 흥행,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출처: 네이버 영화)



‘세 얼간이’를 제치고 인도 역대 최고 흥행 영화가 된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세 얼간이’의 주인공 '란초'로 열연했던 아미르 칸은 여기서도 주인공 '피케이'의 자리를 꿰찼습니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외계인 주인공이 지구에 오자마자 우주선을 조종하는 리모콘을 도둑맞은 후 지구 생활에 적응하며 리모콘을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좌충우돌하며 지구의 문화를 겪어가는 그를 가리켜 사람들은 '피케이(=주정뱅이)'라고 비웃습니다. 하지만 피케이는 자신을 비웃는 사람들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할 수 없었고, 비틀린 종교관이나 종교 간 싸움 등 비합리적인 모습들을 솔직하게 비판합니다. 이는 종교적 관습에 얽매여 근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도 관객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죠.


‘세 얼간이’가 우리의 비뚤어진 교육관과 경쟁을 비판했다면,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는 우리의 '다름에 대한 배척'을 비판합니다. 인도에서는 모든 일상생활이 신(종교)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종교를 빼고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타인이 자신과 다른 신을 믿는다면 그를 이해하는 대신 배척합니다. 피케이는 오랫동안 이를 관찰한 후 명쾌한 결론을 내리죠.


"제가 아는 신은 두 가지입니다. 인간들을 만든 신, 인간들이 만든 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에도 종교로 인한 분쟁은 여전합니다. 다들 자신이 믿는 신이 진정한 신이라고 믿기에 그에 따른 갈등과 다툼이 인도에서,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생기고 있죠. 게다가 종교뿐 아니라 자신과 가치관이나 생각, 외모 등이 다른 경우 역시 상대를 배척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곤 하죠. 


그렇기에 피케이의 은유적 비판은 작게는 종교, 크게는 '나와 다름'에 대한 이해와 포용에까지 미칩니다. 외계에서 온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타인과의 불화를 낳는 근본적 이유들이 사실은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한심한 것인지를 체득하게 되니까요. 결국 피케이가 피케이(주정뱅이)인 게 아니라, 자신만의 독선과 아집에 취한 이들이야말로 진짜 피케이(주정뱅이)인 셈입니다.



[발리우드 최고 전쟁과 자연의 영화, 바후발리]




‘바후발리: 더 비기닝’는 인도 영화사상 최대 제작비인 4천만 불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입니다. '복수'를 주제로 한 이 영화는 정당한 왕위를 뺏기고 폭포에 던져졌던 아기(바후발리)가 장성한 후 출생의 비밀을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시리즈물입니다. 제목의 '더 비기닝'은 향후 바후발리 시리즈가 더 나올 것임을 암시하고 있죠.


한 여인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해진 후 폭포 아래에서 성장한 주인공. 그는 점차 폭포 위의 세계를 열망하게 됩니다. 


"피가 거꾸로 솟고 영혼이 아파온다, 나는 누군가?" 


오래도록 고뇌하던 그는 결국 험준한 절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수백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는 운명의 여인 '아반티카'가 있었는데요. 그녀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가 왕국의 후계자였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야말로 왕국을 구할 전설 속 전사 '바후발리'란 진실을 알게 됩니다. 진실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던 그는 결국 아반티카와 함께 왕국을 구하기 위한 복수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인도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초월적인 영웅, 아름다운 여주인공까지! '네가 뭘 좋아할 지 몰라서 모두 넣어봤어'라는 감독의 의중이 느껴집니다. 여기에 헐리우드 액션과 차별화되는 발리우드만의 화려한 액션, 시기적절하게 등장하는 뮤지컬, '100명의 적을 죽이면 훌륭한 전사지만, 한 명의 목숨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신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라는 교훈적 메시지까지 담긴 영화 '바후발리'는 그간 인도 영화에 가졌던 편견을 단숨에 날릴 통쾌한 블록버스터라 생각합니다.



발리우드에는 위의 3 영화들 외에도 매우 재밌고 예술적인 영화들이 많습니다. 초창기엔 뮤지컬적 요소만 있고 스토리는 별로라는 평을 들었지만, 이제는 세계 영화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발리우드! 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우리 영화계가 체득할 수 있다면, 머지않아 '코리우드' 역시 세계 영화계를 떠받칠 기둥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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