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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보다 더욱 무서운 블랙아웃 가상 시나리오




출처: 네이버 영화



올해 초 출판계를 강타한 SF 소설 '제5침공'. 이 책은 어느날 예고 없이 등장한 외계인이 지구를 향해 네 번의 무차별 침공을 일으켜 인류의 99%를 죽인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진행되는데요. 과연 어떤 침공을 했길래 단 네 번만으로 인류가 전멸 상태에 빠졌을까요?



<'제5침공'에 나온 침공의 유형>


제1침공 '어둠' - 지구의 모든 전력을 차단

제2침공 '파괴' - 전세계 도시들을 폐허로 휩쓴 대지진

제3침공 '전염병' -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바이러스

제4침공 '침투' - 인체에 기생하여 모든 행동을 조종



위의 침공 중 가장 먼저 진행된 건 '전력 차단'입니다.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전력을 상실한 인류는 놀라울 만큼 약해집니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인류는 이어지는 침공을 막아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죠.


이를 영화 속 일이라고만 웃어넘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유사한 경험을 한 적 있습니다. 5년 전 발생한 '9.15 정전사태'를 통해서 말이죠. 당시 다수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며 전력사용량이 급증한데다 발전소 셧다운까지 겹치며 예비전력이 0KW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블랙아웃(Blackout)까지 가진 않았지만 접수된 피해신고만 9천 건, 피해액은 610억 원에 달했던 큰 사건이었습니다.


올해도 무덥고 습한 더위가 예고된데다 원자력 발전소의 노후화까지 감안하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만약 정전 수준에 그치지 않고 블랙아웃까지 도달할 경우 피해액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나 외국의 사례, 전문가들의 진단을 돌아보면 블랙아웃이 얼마나 무서운 현상인지 알 수 있죠.


자, 만약 우리나라에 블랙아웃이 일어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첫째날 - 도시가 멈추다]


9.15 정전사태 당시 불과 수 시간 만에 500건에 달하는 승강기 내 고립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만약 블랙아웃이 일어난다면 지하철 운행 역시 멈출 테니 수천~수만 명이 그 안에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자동차 역시 당장은 움직일 수 있겠지만, 신호등이 정지해 교통사고가 급증할 게 뻔하기 때문에 섣불리 도로 위로 나설 수 없겠죠. 


이동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건 한순간이라도 전기가 끊겨선 안되는 곳들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병원인데요. 자가발전설비가 의무화된 종합병원은 당장 문제가 발생하진 않겠지만 규모가 작은 의원·병원은 정전시 환자가 입게 되는 피해를 막기 어렵습니다. 또 0.1초라도 기계를 멈췄다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 반도체 생산업체, 매 초마다 수 조 원이 움직이는 주식 장 등에 정전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산출하기 힘들 만큼 막대할 것입니다.





[둘째날 - 생존을 위협받다]


갑작스런 정전에 혼란스러운 시민들. 하루가 지나자 식량과 물 문제까지 대두됩니다. 냉장고의 음식은 더위에 일찌감치 상해버리고, 밥솥의 전원을 켤 수 없으니 생쌀을 씹어야 할 판국입니다. 수도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크죠.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카드를 쓸 수 없고 현금지급기도 사용할 수 없는 시점에서 지갑 속 현금만으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기름 부족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유 공장도, 정유차도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선 주유소에 비축된 기름의 가치가 급등할 텐데요. 사람들의 사재기가 이어지면서 기름이 순식간에 바닥날 거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셋째날 - 단수 및 식량 부족이 불러오는 파국]


단수 및 식량 부족, 통신수단 마비로 인한 소통 부재, 더위 등이 겹치며 사태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때쯤이면 공산품의 가격은 몇 배로 뛸지도 모릅니다. 정부에서 내놓은 긴급 대책과 구호조치만으론 한계가 있기에, 건강에 이상이 생겨 쓰러지는 노약자가 속출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관리할 시설과 물자마저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겠죠. 이는 약탈 등의 범죄로 이어지며 치안을 급격히 악화시킬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블랙아웃되었을 때의 가상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만약 '정전이 나도 몇 시간 정도면 복구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한번 발생하면 복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야말로 블랙아웃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니까요.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에 블랙아웃이 발생할 경우 최소 3일에서 최대 10일 이상의 복구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의 발전기가 죽은 정전은 타 지역에서 전력을 끌어오는 것으로 쉽게 복구 가능합니다. 하지만 모든 발전기가 죽는 블랙아웃은 발전기를 켤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겠죠.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곳곳의 발전기를 살려내 전력 공급을 확대하려면 그만큼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각 발전소에 마련된 블랙아웃 대비 시나리오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하나 더 있습니다. 대한민국 전력 생산은 대부분 원자력발전소에서 이뤄지는데, 정전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멈춰진다면 재가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방사능 누출 위험 여부 등 철저한 안전점검을 시행해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재가동이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절차를 무시하고 바로 재가동했다간 자칫 대규모 참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더라도 전력 생산은 쉽게 재개되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인재(人災) 블랙아웃! 이를 막기 위해 한전에선 예비전력의 상황을 항시 체크하고, 전력 부족 가능성이 보이면 즉시 상황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만약 올 여름 어느날 블랙아웃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전의 메시지를 받으신다면 꼭 전기 절약에 협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다 어느날 내 주변의 모든 전기가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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