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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그 씁쓸함에 대하여





김건모, 조성모, 신승훈, 서태지... 


이들에겐 90년대 스타이자 높은 음반 판매기록을 기록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소니 워크맨('마이마이'로 불리기도 했었죠)의 인기와 맞물려 전성기를 맞았던 한국음반시장의 아이콘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기 가수의 음반발매일마다 레코드가게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당시엔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저 역시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 중 한명이었습니다. H.O.T의 앨범을 사려는 누나의 손을 잡고 함께 줄 서 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음반을 사서 듣는 습관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서 이적, 김동률, 박정현의 새 음반이 출시될 때마다 발매일을 손꼽아 기다리곤 하죠. 이제는 몇 안 되는 레코드가게에 가서 새 앨범을 구입하고, 집에 와 비닐 포장을 벗긴 후 첫 곡을 재생할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쾌감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은 점점 줄어가는 듯합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90년대의 음반문화는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의 발달과 MP3의 등장으로 서서히 죽어갔으니까요. 굳이 CD가 아니어도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벅스, 멜론, 지니 등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의 보편화는 레코드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을 컴퓨터 앞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의 변화는 가수들의 신곡발표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드는 '앨범'의 비중이 줄어들며, 제작비가 적게 드는 '싱글'이 그 자리를 채워가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흐름이 잘못되었다 말하긴 어렵지만 개인적으론 아쉽습니다. 여러 곡이 들어가는 앨범에는 다양한 컬러의 실험적 음악을 삽입하기 용이하지만, 대표곡만을 넣어야 하는 싱글엔 그때그때 대중의 입맛에 맞춘 음악을 넣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할 음악시장이 점차 하나의 컬러로 통일되어가는 현 추세를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로 인정해야 할까요? 이는 아날로그의 추억에 사로잡혀 새로움에 적응하지 못한 저만의 생각인 걸까요?





과거 LP가 그러했던 것처럼, CD 역시 머지않아 '추억의 물품'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CD를 밀어낸 MP3 역시 그동안 몸담아왔던 MP3 플레이어를 버리고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지 오래입니다. 즉석에서 다운받은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고, 음질도 MP3 플레이어에 비해 손색이 없는 스마트폰은 오늘날 음반시장의 대세가 되었죠.


그렇다면 가수들은 현 음반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올해 발매할 앨범의 수록곡을 하나씩 싱글 발표한다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 가수 이승환. 

그에게 현 음반시장에 대한 소견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MP3로 음악을 듣는 세대에게 과연 뮤지션의 사운드가 원하는 의도만큼 전달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음반이 아닌 음원으로 음악이 소비되는 시대를 따라잡기 위해, 전 두 가지 선택을 했습니다. '사운드에 더욱 공을 들여 녹음할 것', '이 세상에 제 음반을 들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남아있다면 음반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에게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을 다짐한 이승환. 저 역시 그와 함께 음반 시대의 끄트머리에서 조금 더 버텨보고픈 심정입니다.





극장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관람하듯, 서점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사서 읽듯 레코드 가게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사서 들어보는 것도 분명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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