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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운동을 참 좋아합니다. 보는 건 물론이고 직접 하는 것도 꽤 즐기는 편이지요.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하는 야구팀에서 주말마다 땀을 흘리고 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까운 코트에 나가 테니스를 치곤 합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테니스편을 관심 있게 시청한 분들이라면 제가 TV 속에서 라켓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체능 덕분에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이라는 신기한 경험과 함께, 이전보다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는 호사도 누렸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일은, 대한민국 테니스가 낳은 최고의 스타들을 가까이 보면서 그들과 테니스로 하나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테니스를 좋아하시나요? 고개를 가로젓는 분들이 많으실테지요. 테니스 팬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지만, 냉정히 말해 이 땅에서 테니스는 비인기 종목입니다. 주변에서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호인들이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테니스로 온 국민이 열광할만한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테니스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2000년과 2007년 이형택 선수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그것도 16강이었습니다. 이형택이 기록한 단식 최고 랭킹은 36. 이 또한 대한민국 테니스 선수로는 가장 높은 자리였지만 더 많은 팬들을 테니스로 불러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스타'라는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지고 외롭게 코트를 비추던 이형택이 전면에서 물러난 이후, 한국 테니스는 한동안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빛은 아주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대한민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 선수입니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 준우승,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 2015년 세계 랭킹 100위 이내 진입. 지난 2012년 말 900위대였던 정현의 랭킹은 20158월 현재 78위입니다. 더 고무적인 건 정현이 1996년생, 우리 나이로 20살의 어린 선수라는 사실이지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인 무대 투어를 시작한 정현은 자연스레 메이저대회의 문도 계속 두드리고 있습니다. 컨디션 조절 실패로 예선 탈락했던 프랑스오픈과, 자신의 메이저대회 첫 본선 무대였던 윔블던 1회전 패배의 시행착오를 거친 정현은, 이달 말 치러지는 2015년 마지막 메이저대회 US 오픈을 향해 열심히 땀흘리고 있습니다.




정현의 이야기가 나오면 늘 함께 언급되는 그 이름. US오픈 테니스대회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이형택은 정현의 활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우리동네 예체능 촬영을 함께 하며 이제는 '친구'가 된 이형택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정현과 관련해 이형택은 의외로 '부럽다'는 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자신도 정현만큼 어린 나이에 테니스에 눈을 떴으면 정말 좋았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이형택이 세계 무대를 바라보기 시작한 건 대학 졸업 이후인 1999년이었습니다. 24살에 챌린저대회 첫 우승을 했고, 25살에 세계랭킹 100위 안으로 진입했지요. 정현은 그걸 20살에 해냈습니다. 이형택이 부러워할만하지요? 출발은 이렇게 달랐습니다.

 

그럼 정현은 어디까지 갈까요? 이형택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최고 랭킹 36위를 넘어설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신체 조건도 자신보다 훨씬 좋은데다 실력이 향상되는 속도를 생각하면 최고 랭킹 경신은 시간문제라는 것입니다. 챌린저대회 우승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 큰 대회에서 계속 경험을 쌓아 나간다면 최고 랭킹 경신뿐 아니라 그 이상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이형택은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이형택이 부러워하는 건 또 있었습니다. 테니스 세계대회 상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달 말에 치러지는 US오픈의 남녀 단식 우승 상금은 330만달러, 우리 돈으로 37억원 정도입니다. 개인 종목 가운데 우승자가 가져가는 상금이 가장 큰 대회가 바로 테니스 대회인 US오픈입니다. 세계적으로 테니스가 얼마나 가치를 인정받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증거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정현이 더 열심히 해줬으면 한다고, 자신의 기대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이형택은 말했습니다. 날카로운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전과 달리 이젠 정현이 주목받는 선수라 상대들이 훨씬 더 철저히 분석할 것이기에 그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현이 챌린저대회 결승에서나 만날만한 선수들을 메이저대회나 ATP투어에서는 1회전부터 상대해야 할텐데 그 압박감이 실제로 상당할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 과감하게, 공격적으로 쳐야 한다고 이형택은 힘주어 얘기했습니다. 실전에서는 자신있게 플레이하면서 훈련 때는 단점을 없애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할 것. 이형택이 정현에게 꼭 해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조언이었습니다.


한창 테니스에 빠져 살던 2000년 이형택의 US오픈 16강 진출 소식을 듣고 기뻐했던 순간이 생생합니다. 2007년 그가 또 한번 16강 무대를 밟았을 때 감동했던 기억도 선명합니다. 이젠 정현이 그 일을 해줘야 합니다. 30년 테니스 열혐팬인 제겐 꿈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의 테니스 메이저대회 결승 진출 소식을 듣는 것입니다. 가끔씩 테니스 경기를 중계방송하는 캐스터로서 제겐 꿈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가 서 있는 그 메이저대회 결승전을 현장에서 중계방송하는 것입니다. 테니스 동호인인 제겐 꿈이 있습니다. 테니스가 이 땅에서 축구, 야구 못지 않은 '인기 종목' 대접을 받는 것입니다. 그 작은 출발점이 이달 말 치러지는 US오픈이 되길 바랍니다. 20158, 한국 테니스 역사에 또 다른 한 획이 그어지는 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정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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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단합니다. 2015.08.26 17:45 신고
    정현 선수 연습하는걸 볼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실력이 타고난 재능으로만 만들어지는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죠.
    어린 나이에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는게 자랑스럽습니다. 정현선수 화이팅!
  • BlogIcon 김성구 2015.08.27 07:33 신고
    최근에 안 사실. 정현 선수가 울 회사 직원의 조카라는 사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