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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프로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바둑 하나 밖에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인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따분하고 고요한 인생이었을지 몰라도 내 머릿속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요동치는 파란 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한국 바둑의 황제 조훈현 9(62)가 첫 에세이집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인플루엔셜 펴냄)을 냈다. 바둑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직접 복기한 책이다. 그가 기록한 세계 최다승 1938, 세계 최다 우승 160회 기록은 바둑 변방국인 한국을 바둑의 나라로 전 세계에 알렸다.

 

 한 평생 바둑판에서 바둑돌과 싸워온 그는 말한다. “예전에는 이기기 위해서 바둑을 두었는데, 이제 이기고 지는 것 상관없이 그저 바둑을 둘 수 있다는 게 좋아서 둔다라며 정말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떠하든 최선을 다하면서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승부사로 불린 그 역시 세월 앞에 무너졌다. 1990년 제29기 최고위전, 열다섯 살 소년 이창호가 당시 37살 세계 정상의 조훈현을 반집차이로 꺾었다. 두 사람은 침묵 속에 같은 차를 타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 시절 이창호는 조훈현의 제자로 7년째 한집에 살고 있었다. 제자에게 졌다는 고통과 제자를 잘 키웠다는 기쁨이 동시에 찾아들었다.

 

 이후로 추락이 이어졌다. 불과 5개월 전 바둑 올림픽이라 불리는 잉창치배 배(應昌期杯)에서 중국의 녜웨이핑을 꺾은 조훈현은, 제자 이창호에게 내리 졌다. 1991년 대왕전, 왕위전, 명인전 타이틀 세 개를 빼앗겼고, 19952월에는 마지막 남은 대왕 타이틀마저 빼앗겼다. 무관의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그 시절에 대해 그는 모든 걸 잃어버렸을 때 이상하리만치 홀가분했다면서 지키려고 할 때 그렇게 힘들었는데 막상 다 잃어버리니 자유로웠다. ‘가질 게 없으니 더 이상 내려갈 일이 없잖아. 이제 올라가는 일만 남은거야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마구 솟아올랐다고 회고했다.

 

세상만사도 그렇다. 인생에서 좋은 날만 이어지는 법은 없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번갈아가며 파도처럼 밀려온다. 믿었던 후배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기도 하며, 나를 쓰러뜨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 조훈현 9단은 고수의 법칙을 제시한다.

 

 첫째는 생각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살얼음 같은 인생 위를 걷고 있다. 생각의 위대한 힘으로 최선을 다해 자기만의 바둑을 두자는 것이다. 신중하게 포석하고 거침없이 공격하되 치열하게 방어하자는 논리다. 모든 인생의 고비를 넘는 열쇠는 바로 생각이라고 말한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 등을 포괄하는 개념을 생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두 번째는 인성이다. “좋은 생각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생각은 나무처럼 가지를 뻗으며 자란다. 한번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를 뻗으면 계속 그 방향을 자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단한 일일지라도 원칙과 도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력이 좋아도 정상의 무게를 견뎌낼 인성이 없으면 잠깐 올라섰다가도 떨어진다는 게 그의 목소리다.

 

 셋째는 이길 수 있다면 반드시 이겨라는 투지다. 이기는 수를 읽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관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식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그만큼 모르는 게 많기 때문이다. 많이 알수록 실수가 줄어들고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논리다. 자신의 분야에서 프로가 되고 싶다면 어린 시절부터 시간제한이란 압박에서 많은 일을 성취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패배의 복기를 강조한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아파두 뚫어지게 바라봐야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것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이기고 싶다면, 이기는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고 조언에서 하나라도 배워야한다고 말한다. 더 하나라도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날마다 뼈아프게 그날의 바둑을 복기한다면, 그것이 나를 일에서 프로로 만들어주며, 내면적으로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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