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수화기를 들자말자 할머니의 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혼자 사신다는 할머니인데 입담이 좋으셔서 말씀이 청산유수다. 옆집 할머니와 전기 아껴 쓰기 경쟁(?)을 한다는 할머니는, 옆집과 전기를 똑같이 사용했는데 전기요금이 만원이나 더 나왔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경쟁에 져서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이뤘다는 말씀도 하신다.

 

계량기도 옆집은 새 것인데, 할머니 댁은 오래된 할배계량기라서 힘이 없어 많이 돌아간다는 주장을 하셨다. 근거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지도 젊어서와 늙어서는 현격히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이사를 언제 했는지 기억도 없는데, 새 계량기로 바꾸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다는 주장도 하신다.

 

확인해보니 계량기는 2010년 생으로 겨우 6살이었는데(15년 만에 새 계량기로 교환한다), 집 구조상 계량기가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어 다소 깨끗하지 않았고, 그래서 할머니 눈에는 늙은 계량기로 보였던 것 같았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옆집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여 설 아래 보름동안 병원에 입원을 한 일이 있어 당연히 할머니보다 사용량이 적었고, 특히 추웠던 겨울이라 할머니께서는 옥장판을 사용하면서 간혹 선풍기형 난로도 사용한 것이었다. 이러한 점을 들어 전기요금에 대한 불만은 이해를 시켰다.

 

계량기 시험 결과 전혀 이상이 없었고, 내용연수도 몇년이나 남아 있어 교환은 어려웠다. 대신 현장직원이 방문하여 물걸레도 몇 번 닦아주니 새 계량기가 되었다. 한 달쯤 후 수회기를 드니 할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할배계량기가 싫었는데 새 계량기로 전기를 사용하니 기분도 좋고 전기요금도 적게 나온다고 싱글벙글 하신다. 할머니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손상시키기가 두려워, 날씨가 따뜻해져서 전기를 적게 사용하여 그렇다는 말은 바로 하지 못하고, “겨울에 옥장판과 전기난로 너무 많이 쓰시면 안 됩니다라고만 말씀드렸다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