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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조종한다


지난 2012년 여름 개봉했던 영화 연가시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공포를 느끼게 했습니다. 그동안 집단 전염병과 관련된 영화는 줄곧 있어왔지만, 실존하는 기생충이물놀이 중인 인간을 숙주로 삼고 있다는 끔찍한 설정 때문이었죠.

 

심지어 침투한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가로 유인하고 자살로 이끈다는 이야기는, 휴가철 계곡을 찾는 우리에게 섬뜩한 기분을 갖게 했습니다.


<영화 ‘연가시’ /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런데, 우리가 연가시처럼 뇌를 조종할 수 있는 물질을 매일 접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믿을 수 있으신가요?

 

성난 황소를, 순한 양으로

1963년의 어느 봄날, 스페인의 신경과학자인 호세 델가도는 한 투우 연습장에서 황소와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동물의 뇌를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돌진하는 황소의 뇌를 조종해 자신을 들이받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했죠.

 

숙련된 투우사의 도움으로 황소는 슬슬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델가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죠. 참혹한 광경이 벌어지려는 찰나, 델가도는 주머니에서 신속히 작은 리모컨을 꺼내더니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거세게 달려오던 황소는 거짓말처럼 델가도의 1m 앞에서 급작스럽게 멈춰섰습니다. 그러고는 언제 흥분을 했냐는 듯이 순한 양처럼 한가로이 주변을 거닐기 시작했죠.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실, 델가도는 이 위험천만한 실험 며칠 전에 황소의 뇌에 원격제어가 가능한 전극을 심어뒀었죠. 그가 리모컨의 버튼을 누른 순간, 황소의 머리에는 1밀리암페어의 전기가 흘렀고, 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공격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델가도는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함으로써 인간과 동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믿었던 과학자입니다. 실험의 윤리성이 확립되지 못했던 당시, 델가도는 황소 이전에도 전극을 이용해서 원숭이에게 하품을 유도하거나 고양이에게 공격성을 부여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가 있었습니다.

 

델가도의 실험은 이에 머물지 않고 결국 인간에게까지 행해졌습니다. 간질 환자의 발작을 전기 자극으로 고치겠다고 호언한 것인데요. 놀랍게도 이 역시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전기 자극을 간질환자의 뇌에 방류하자 발작이 줄어들고,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죠.


  

당시 과학계에서는 그에 대해 극명하게 평가가 갈렸습니다. 한편에서는 그를 ‘미치광이 과학자’라고 비난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뇌신경계의 에디슨’이라며 추켜올렸죠.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 그의 실험은 오늘날 의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오랜 시간 인정받지 못했던 ‘뇌 전기 자극법’은 오늘날 파킨슨병을 비롯해 다양한 신경질환의 증세를 호전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죠.

 

지난 2007년에는 6년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던 남성이 뇌 전기 자극을 통해 의식을 되찾은 기적 같은 일도 있었습니다.


괴짜 과학자의 전기 실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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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프로대쉬 2014.07.02 09:18 신고
    인간이 자기 뇌의 1%도 못 쓰고 죽는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 인간의 뇌야 말로 독립된 하나의 우주가 될 수 있을 듯.. 이 거대한 우주에서 인간만이 진화된 생명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공간낭비라고 하는 것 처럼 말이죠
  • BlogIcon 한국전력 2014.08.27 11:24 신고
    철학적이고 심오한 말씀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인간은 모두 자기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 정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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