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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

더 이상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시골은

점점 늘어가는 폐가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만이 지키고 있는

생기 없고 정겨움이 사라진 허허로운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껏해야 일 년에 두어번 찾는 고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방범 카메라일뿐

좀처럼 반가운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고향은

마음 한 켠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지만

반겨줄 이 없으니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자연스레

사라져가는 것들을 지켜보며 진정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마을의 규모가 크지도 않고 집들은 대체로 낡았지만

멀리 마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 늘 설레인다.

마을 어귀 도로엔 가끔씩 먼지를 날리며 경운기가 지나가고

이른 아침 들판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저물 무렵 초가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마냥 정겹고 가슴 뭉클하다.




 

야트막한 뒷동산의 모양을 닮아

둥글고 편안한 선을 가진 초가집은

이제 민속촌에서 유물처럼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좁고 불편한 집에서 살았던 이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마음의 고향이다.

 

하루 종일 고된 일에 지친 몸을 풀어 주던 뜨끈뜨끈한 온돌방은

찜질방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둥근 박이 소담스레 열린 초가지붕,

아침마다 짚더미에 올라 훼를 치던 장닭의 모습은

언제봐도 정겹다.





재래식 부엌의 가마솥은 아침, 저녁으로 모락모락 김을 뿜어 내었다.

밥솥이 없던 시절 밥을 짓고 물을 끓이고 고구마를 삶는 일은

모두 솥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집안에 대사가 생기면 가마솥 아궁이는 하루 종일 장작불이 활활 타 올라

큰방 아랫목은 손이 델 정도로 지글지글 끓었다.


 

 

투박하지만 항상 윤기가 흐르던 장독대는 어머님만의 무대였다.

애지중지 쓸고 닦고 주변을 정리하여 늘 정갈했던 공간.

김치냉장고가 보급되고 된장과 고추장은 어디서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쉽게 사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장독은 그 부담스런 크기와 상당한 무게 때문에 제자리를 잃고

인테리어 소품이나 화단 경계석 용도로 전락되어 버렸다.


 

한 달에 한번은 밥?을 줘야만 돌아가는 태엽시계는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들다.

오랜 세월 여느 집 벽에 붙어 매시간마다 종을 치던 시계는

이젠 부서지고 녹슬고 칠이 다 벗겨졌다.

풀린 태엽을 물끄러미 보노라니 불현 듯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뒷전에 맴돈다.

세째야, 시계 죽었다. 밥줘라!”


 

 


지금도 시골 골목에 가면 어렵지 않게 연탄을 볼 수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헛간에 수북하게 들여 놓으면 너무나 든든했던 연탄.

서너장이면 하루 종일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고

국도 끓이고 가래떡을 구워먹었던 연탄은 참 요긴하게 쓰였다.

 

8시간 또는 12시간마다 정해진 시간에 연탄을 갈지 않으면

불이 커져 버려 새벽 내내 추위에 떨었던 날이 어디 하루 이틀이었던가?

겨울이 끝나갈 무렵에는 삶의 시름만큼이나

뒤뜰에 연탄재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이제는 보기 힘들지만 10여년 전만해도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볏단 세워 놓은 모습이다.

볏짚은 그때나 지금이나 소의 사료로 쓰이지만

보관 방법은 업그레이드 됐다. 거대한 공룡 알처럼 들판을 뒹구는

볏단이 한 때는 참 낯설었다.




하루 해가 저물 무렵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절구와 망태가 쓸쓸해 보인다.

백년 후에도 이것들은 남아 있을까?

 

몇 개밖에 남지 않은 민속촌의 아름다운 시골 모습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오백 년, 천 년 유지되기를 바라며

우리 마음에서도 지워지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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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apple 2015.05.13 12:21
    잠시 옛 기억을 더듬게 하네요
  • BlogIcon 진주 2015.05.13 13:31
    잊혀져가는 옛것들 사진을 보며 옛날을 추억해보는 시간 이었네요 사진 잘 봤어요
  • BlogIcon 김완수 2015.05.13 13:54
    저런 사진은 어떻게 찍었을까 노고가 짐작이 되네요^^ 덕분에 마음이 평화로워 졌네요! 감사합니다.
  • 최천호 2015.05.13 14:26
    옛날 이야기 하는 아버지가 싫어서 옛날 껄 못 본체 흘려버리곤 했는데,
    이제는 지나온 시간이 마음의 고향이 되곤 합니다. 고맙습니다.
    [명함도 옛 것. 후후]
  • BlogIcon 이진환 2015.05.13 14:42
    그러게...잘 지내제
  • BlogIcon 이성준 2015.05.13 14:42
    옛 것이 모여 지금의 제가 되었을 텐데 잃어버린 것들... 아쉬움과 그리움이 남네요.
  • BlogIcon 박일순 2015.05.13 15:51
    세월을 거슬러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사진이 아닐까요.
    그리움은 언제나 과거형이듯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또 그리운 날이 올 것입니다.
    귀한 사진들 잘 보았습니다. 마음이 어느새 평온해 집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오두환 2015.05.13 17:50
    옛날 그시절이 그립습니다
  • BlogIcon 김종화 2015.05.13 17:57
    좋은 글과 사진 덕분에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내 고향 시골집을 잠시 떠올렸네.
    마음이 아름다운 그대에게 박수를...
  • BlogIcon 이상래 2015.05.14 09:53
    역시! 멋지군!
    잘 지내고 있제?
  • BlogIcon 이상래 2015.05.14 09:55
    옛 생각이 나는 멋진 사진이군! 잘 살고 있지?
  • BlogIcon 전치우 2015.05.16 08:03
    옛 추억을 떠올리게하는 멋진 사진들과 생생한 느낌 일게 하는 글 잘 보았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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