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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에서 장보는 것이 일상이 돼버린 요즘, '시장'에 대한 추억이 있는 세대라면 대형마트가 편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뭔가 빠져 있는 듯한 허전함을 감출 수 없다. 상품이 우선인 대형 마트와 사람이 우선인 시장. 주객이 다르다 보니, 같은 '장보기'라도 '리뷰'가 완전히 달라진다. 


대형 마트의 장보기가 '1+1'에 낚이는 화려한 상술의 전시장이라면, 전통시장은 사람 냄새라는 엔진을 달고 아름다운 한 때로 떠나는 여행 같다. 사실 시장이란 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네 삶의 터전'이었다. 시장은 쌀가게, 옷 가게, 반찬가게, 과일 가게, 생선 가게, 야채 가게, 술집, 국밥집 등 소박하긴 해도 모두 자신들이 내건 물건이나 음식에 자부심을 가진 '주인'들이 모인 곳이었고, 바로 그 주인의식으로 20년, 30년, 또 세대를 이어 한 자리를 굳건히 지켜낸 역사적 공간이다. 


지금은 그 자리를 대형마트가 차지해서, 전통시장이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 '위용'을 자랑하는 몇 개의 시장들이 있다. 이제는 특별해진 전통시장이야말로 우리가 되찾아야 할 '오래된 미래'인지도 모르겠다.


통인시장, 엽전 들고 도시락 채워나가는 '향수를 자극하는 재미'


<통인시장 / 출처 : 한국관광공사>


경호선 3호선 근처에 위치한 통인시장. 4대문 내에서 유일하게 서민들이 찾는 골목형의 시장으로, 현재 종로구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전통시장이다. 통인시장은 다른 재래시장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작다. 아기자기한 규모 때문일까. 두, 세 명이 같이 걸어 다니기에도 비좁아 보이는 골목길 사이로 음식점, 반찬 가게, 수선집, 옷 가게, 떡집, 신발 가게 등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통인시장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서촌 효자동'으로 통하기도 한다. 통인시장이 최근 유명해진 건, 역시 먹거리 덕분. 한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름 떡복이'는 통인시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자작한 빨간 국물과 함께 먹는 것이 대한민국 떡볶이의 상징이라면, 통인시장의 떡볶이는 기름으로 볶아낸 것으로 국물 하나 없이,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그리고 또 하나는 도시락 카페다. 통인시장 내에 위치한 고객센터에 들어가면, 흥미로운 사진을 곁들이 재미있는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도시락카페에서 엽전을 사가지고 도시락 통을 들고 통인시장 내 가맹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로만 음식을 담아 카페에서 맛있게 식사를 합니다."


<통인시장 도시락카페 엽전 / 출처 : dmzjsa.com>


엽전을 들고 다니며, 도시락 가맹점을 찬찬히 구경하면서 음식을 담는 행위 자체가 즐거울뿐더러, 반찬을 고르면서 주인들과 정감 넘치는 말을 주고받는 것도 이채로운 경험. 도시락이 추억으로 남아있는 성인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도시락을 '까먹는' 경험만으로도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향수에 젖을 것이다. 


통인시장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서촌'이라는 지역적 특성이다. 예로부터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유명했던 이 지역은 여전히, 그 발자취를 이어가는 볼거리들이 많다. 통인 시장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갤러리들과 특색있는 책방을 함께 탐방하면 즐거움이 배가될 듯하다. 통인시장 서촌 나들이는 그야말로 배도 부르고, 영혼도 살찌우는 '배부른 소크라테스' 서울 여행으로 부름직하다. 


광장시장, 다닥다닥 둘러앉아 빈대떡 베어 무는 '진짜 행복'


<광장시장 / 출처 : topseoul.net>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에 있는 광장시장은 국내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유명 관광코스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인기 명소로 불리는 곳이다. 한국말 못지 않게, 중국어와 일본어가 귓전에서 울려 퍼지는 것을 왕왕 경험할 수 있다. 


광장시장은 1905년 인가와 함께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최초의 사설 상설시장이다. 원래 동대문 시장과 광장시장은 하나의 시장이었는데, 1960년대 동대문 시장이 분리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을 떠올리게 하는 광장이라는 이름은 광교와 장교 사이에 위치했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광장시장은 구제옷, 한복, 수입식품 등 최초의 상설시장답게 다양한 것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데, 갈래 갈래 난 좁은 길을 따라 상점 하나 하나를 구경하는 재미는 왠 만큼 잘 갖춰진 박물관보다 흥미롭다.


<광장시장 / 출처 : topseoul.net>


시장의 매력 중 하나는 '눈으로 보고, 즉석으로 즐기는' 길거리 음식들의 향연인데, 광장시장은 이 매력을 가장 잘 재현하고 있는 듯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영화감독 팀 버튼도 반했다는 빈대떡! 녹두를 갈아 고소함을 최대한 살려낸 노릇노릇한 4천 원짜리 빈대떡 한 장을 낯 모르는 사람들과 다닥다닥 붙어 앉아 함께 나누는 기쁨이란! 게다가 빈대떡 한 입에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킬 때 입안에서 터져 나오는 미각의 탄성은 우리가 그토록 부르짖는 '행복'이, 다름 아닌 소박한 즐거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성찰하게 만든다.


<광장시장 빈대떡 / 출처 : discoveringkorea.com>


동시에 우리가 편리함과 효율성만 쫓다, 잃어버린 가치들이 생각보다 크다는 성찰도 저릿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즐거움을 이제는 광장시장에 가야만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광장시장 이야기>라는 책을 집필한 소설가 김종관은 광장시장의 100년사를 소설로 풀어내면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광장시장을 새삼스럽게 알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광장시장 사람들의 활기찬 역사가 오래도록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결국 이 전통시장을 지키는 건 바로 '우리' 몫일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에는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서울의 다른 시장들

남대문시장

더 이상 무슨 수사가 필요할까. 명불허전의 '국가대표' 시장이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시장이 아니라, 정말 '모든 것'이 다 있는 시장이다. 칼국수가 유명하다.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에 위치해 있다.

 

동진시장

스토리가 있고, 철학이 있고, 재미가 있는 독특한 시장이다. 규모는 아주 작지만, 뭔가 

'정신'이 느껴지는 다분히 '홍대스러운' 시장. 요즘 가장 핫하다는 연남동 내에 위치해 있으며 매주 화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왼쪽부터)남대문/동진/망원시장>

출처 : travelblat.com / seoulstory.kr / en.korea.com


망원시장

장미여관의 육중완이 예능 프로를 통해 공개한 바 있는 망원시장.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동네 시장의 모습을 갖췄으면서도, 젊은 세대들의 감수성도 곳곳에 반영된 시장. 이름 그대로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해 있다.


뭐니뭐니해도 자신이 주거하는 지역에 있는 재래 시장이 최고. 지역 주민이 외면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시장’을 박물관에서 보게 될 수도. 더 늦기 전에 어서 어서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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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종욱 2015.02.04 15:52 신고
    오오 기름떡볶이...아직 못먹어봤는뎁 ㅠ
  • 모디아노 2015.02.04 15:52 신고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면 야시장 구경을 많이 가는데~우리나라도 이렇게 명물 전통시장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 정영진 2015.02.04 15:53 신고
    제외국인친구도 광장시장 빈대떡을 먹고 오더니 반했다네요 ㅎㅎ입맛돋우네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