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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홈페이지

 

유리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유리보다 60배 뛰어난 단열 능력을 지니고 유리 무게의 1/750밖에 나가지 않는 고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가 무엇인지 알고 계시나요? 바로 에어로겔이라는 물질입니다.

 

에어로겔?

독일어로는 에어로겔(aerogel), 영어로는 에어로젤(aerogel)이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공기를 뜻하는 ‘aero’와 3차원 구조를 의미하는 ‘gel’의 합성어입니다. ‘frozen smoke’, ‘solid blue smoke’라고도 불리는 에어로겔은 1931년 스티븐 키슬러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졌습니다.

 

에어로겔은 머리카락 굵기의 1/10000 굵기인 이산화규소가 서로 얽혀있는 구조로 그 사이사이에 공기 분자들이 들어가 있는데요. 전체 부피의 최대 99.8%가 공기로 이루어져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입니다. 실이 엉켜있는 나노 구조 덕분에 자기 무게의 2,000배를 견딜 수 있고 1,000도가 넘는 열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단열 기능이 아주 우수합니다. 또한, 에어로겔 분말을 손에 바르고 물속에 담그면 손이 물에 젖지 않을 정도로 방수 능력도 뛰어납니다.

 

에어로겔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강예람 제작

 

에어로겔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산소와 규소가 결합한 이산화규소(SiO2, 실리카) 겔을 만들어야 합니다. SiO2 겔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규소와 산소를 기본구조로 가지고 있는 TMOS* (혹은TEOS)와 메탄올, 물, 암모니아 정량을 넣고 저어줍니다. 충분히 저어주고 나면 TMOS(혹은TEOS)가 물과 반응해 SiO2 겔이 만들어집니다.

 

* TMOS(Tetramethlyl Orthosilicate)와 TEOS(Tetraethyl Orthosilicate)는 Si(규소)에 O(산소)가 결합하고 있고 TMOS는 그 산소에 CH3가, TEOS는 C2H5가 결합하고 있는 구조

 

겔이 만들어지고 나면 겔을 만들면서 발생한 화학반응으로 인해 겔 내부에 불순물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 불순물은 에어로겔을 만드는데 필요한 건조과정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추가 가공을 하기 전에 정제해주어야 합니다. 그 과정을 ‘에이징(aging)’이라고 합니다. 에이징 작업은 겔에 깨끗한 메탄올을 부어주고 며칠을 기다리면 되는데요. 불순물이 퍼지면서 제거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겔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젤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겔은 젤리와 같이 고체처럼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속에 액체 성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겔 속에 들어있는 액체를 제거하기 위해 ‘초임계 건조(Super critical dry)’라는 방법이 사용되는데 이 초임계 건조 방법은 겔의 구조를 수축시키지 않고 액체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겔을 액체 상태의 이산화탄소에 넣고 건조 기계를 통해 고온, 고압 상태를 가해주는 것인데요. 이때 이산화탄소는 ‘초임계 유체*’상태가 됩니다. 초임계 유체상태가 된 이산화탄소는 메탄올이 있던 자리에 들어가게 되고 건조 용기를 상온, 상압 상태로 낮춰주면 이산화탄소는 기체로 날아가고 그 자리에 공기가 유입되어 공기 부피가 99.8%인 에어로젤이 만들어집니다.

 

*초임계 유체 : 모든 순수 물질은 액체와 기체가 구분되는 임계점을 가지고 있고 이 임계온도와 임계압력보다 높은 온도에서 존재하는 물질의 상태를 초임계 유체라고 함

 

ⓒaerogel.org 홈페이지 

 

에어로겔 상용화를 위한 해결과제

이렇게 만들어진 에어로겔의 특징을 보면 에너지 산업에 무궁무진하게 쓰일 가능성이 보이는 대단한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에어로겔은 이미 만들어진 지 90년이 지났는데요. 지금까지 유리나 플라스틱을 대체해서 사용될 만큼 활발하게 상용되고 있진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에어로겔의 또 다른 특징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강예람 제작

 

1. 약한 기계적 성질

실리카 실이 얽혀있는 구조적 특징 덕분에 자신의 무게의 2,000배를 견딜 수 있는 반면, 기계적 강도가 약해 매우 조그만 충격에도 잘 부서집니다.

 

2. 복잡하고 비싼 공정 과정

에어로겔은 위에서 본 것처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데요. 그만큼 비싸고 대량생산이 힘듭니다.

 

3. 소재에 따른 인체 위험성

에어로겔은 이산화규소 외에도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만들 수 있습니다. 이산화규소를 이용해 만든 실리카 에어로겔의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없지만 이산화티타늄을 사용한 에어로겔은 2급 발암 물질로 분류됩니다. 에어로겔을 만들 때면 반드시 인체 무해성 조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어떻게 하면 에어로겔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했습니다.

 

재활용으로 에어로겔을?!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진은 버려진 페트병을 이용해 에어로겔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페트병 쓰레기로 미세 섬유를 만든 후 여기에 TEOS를 코팅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페트-에어로겔은 단열과 방음 성능이 뛰어나 기름 제거용으로 사용되거나 소방관 방화복 소재로 이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싱가포르 국립대 공학과 연구진은 의류 폐기물을 재활용해 에어로겔을 만드는 일명 코튼-에어로겔도 개발했습니다. 섬유 폐기물로부터 면섬유를 채취한 다음 에어로겔을 생산하는 데 사용한 것입니다. 코튼-에어로겔은 다른 에어로겔과 마찬가지로 가볍고 다공성과 흡수성이 좋습니다. 또 쉽게 압축할 수 있고 물에 담갔을 때 원래 부피의 97%까지 바로 회복된다고 합니다. 다른 에어로겔과 달리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생산 과정도 20배 빠른 8시간인데요. 실리카 에어로겔보다 튼튼해 대량생산에도 적합하다고 합니다!

 

ⓒ픽사베이

 

코튼-에어로겔은 출혈 제어 장치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출혈 제어 장치는 셀룰로오스 기반의 스펀지 캡슐을 사용하여 피를 흡수하는데요. 이는 팽창률과 흡수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코튼-에어로겔의 뛰어난 팽창률을 이용해서 셀룰로오스와 코튼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해 스펀지 캡슐을 만들 것을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코튼-에어로겔을 이용해 출혈 제어 장치를 만들면 생산 단가가 낮고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생체 거부 반응이 적어 비교적 안전한 장치를 만들 수 있죠.

 

이뿐만 아닙니다. 코튼-에어로겔은 군용수통 덮개를 비롯해 낮은 온도로 저장해야 하는 LNG 수송, 파이프라인 단열재 등 가치가 높은 다른 설비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에어로겔의 특성 덕분에 차가운 물이나 얼음 상태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은 어디서 사용되고 있는가

ⓒ픽사베이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

최근 농촌진흥청은 에어로겔 발포 부직포를 이용한 다겹보온커튼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다겹보온 커튼은 시간이 지나면 내구성이 떨어져 단열 기능이 저하되고 커튼이 수분을 흡수해 시설 내 과습현상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새로 발명된 다겹보온커튼은 에어로겔을 Melt-Blown(폴리에틸렌 등을 고온, 고압으로 가공한 섬유) 부직포에 발포해 만든 것인데요. 농진청 연구에 따르면 기존 다겹보온커튼과 비교해 난방비를 15%로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에어로겔페인트

에어로겔은 페인트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올라간 기온과 높은 습도로 곰팡이 걱정이 끊이질 않습니다. 에어로겔이 사용된 페인트는 건축물의 결로 및 곰팡이의 발생을 막아줍니다. 단열 능력이 좋은 에어로겔의 특성 덕분에 에어로겔페인트 역시 실내 단열효능이 높고 방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픽사베이

 

에어로겔 블랑켓 단열재

에어로겔 블랑켓은 섬유 원단에 에어로젤 입자를 붙여 가공한 것으로 기존 단열재보다 1/2이나 1/3의 두께로도 같은 정도의 단열효과를 나타낼 수 있고, 500도까지 내열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유독가스를 방출하지 않아 보다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단열재입니다. 우수한 단열특성과 기계적 강도, 유연성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공이 쉬워 냉동 탱크, 연료 파이프, 항공기, 운송용 단열재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업용 단열재뿐만 아니라 우주복, 재킷이나 운동화 같은 생활용품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에어로겔은 위에 제시한 예시 이외에도 화성 탐사로봇, 미국에서 제조된 1,000년 지상 보관용 타임캡슐, 외투, 커패시터용 전극 등 다양한 방면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90년 동안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고 기술들이 발전해 우리 삶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것을 알 수 있죠. 앞으로 더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 제조 공정도 쉬워지고, 기계적 성질이 강하면서 안전한 에어로젤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면 그 활용 범위는 훨씬 더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발전한 에어로겔이 한국전력에서 쓰인다면?

HVDC 해저 케이블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이란 초고압 직류 송전 방식으로 교류보다 전력손실이 적고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도 적습니다. 한전은 육지에서 제주도로 전력을 보내기 위해 HVDC 해저 케이블을 건설·운전하고 있습니다. 해저 케이블은 물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HVDC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한전 변환소에서는 발전소에서 받은 교류전력을 진류로 변환해서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제주도로 보내줍니다. 케이블에 문제가 발생했을 시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변환소에선 24시간 모니터링, 첨단 감지 제어 시스템, 5개의 레이더 감시로 문제 발생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해저 케이블은 물속에서 작동하기 위해 수십∼수백㎞를 이음매 없이 한 번에 만들어야 하고 이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에어로겔이 기계적 충격에 강해져 해저 케이블에 활용된다면 에어로겔의 방수 능력이 해저 케이블의 위기 상황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제작과정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 밖에도 건축물의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스티로폼 대신 에어로겔이 쓰인다면 벽의 두께도 줄어들 뿐 아니라 에너지로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이 1년에 4조 원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에어로겔은 무엇인지, 어디에서 활용되고 있는지, 또 앞으로 발전할 에어로겔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하루빨리 에어로겔이 발전하고 상용화가 가능해져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 명성을 빛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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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뚭뚜비 2021.07.29 11:24
    에어로겔 정말 신기하네요 얼른 상용화 되기를 바래봅니다!
  • 배곺퍄 2021.11.22 13:28
    우와,.... 자료는 어떻게 찾으시는건지 여쭤봐도 되나용?? 넘... 대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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