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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을 위한 배타적인 삶을 함께 하는 삶으로 바꾸어 가는 일, 

함께 하는 삶을 통해 동네의 버려진 생활공간을 다시 살려내는 일, 

함께 하는 생활공간을 통해 모두가 하나 되어 행복한 동네로 바꾸어가는 일이

커뮤니티 디자인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다> 중



왜 우리는 마을을 잃어버렸을까? 

70년대에 태어나 경기도 위성 도시에서 성장한 '비교적' 젊은 세대의 나도 어슴프레 마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격의없이 동네 사람들과 어우러지고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개락인지조차 아는 <전원일기>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지만 친구네 집 담벼락에서 "누구야, 놀자"하고 큰소리로 외치면 친구가 반가운 얼굴로 뛰쳐나왔던 기억은 선연하다.


나의 초, 중학교 풍경은 지금 되돌아보면 학원을 가지 않고도, 동네 친구들과 아무 때나 뛰놀 수 있던 열린 터전이었다. 동네 빈 공터에서 더러는 캠프 파이어를 하기도 했고, 원을 그리고 마치 대학생 언니오빠들처럼 수건 돌리기도 하고 놀았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길 위를 떠들썩하게 돌아다니지 않는다. 꽉 닫혀진 아파트 안에서 하루종일 게임을 하고 있거나,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학원을 여러 개 다니고 있거나 혹은 서로 '비슷하다'고 여기는 부모의 아이들끼리 어느 집에 모여 관리되고 있다.



어른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보여주듯, 청년들도 작은 공간에서 '나 홀로'의 삶을 산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사회 구조와 맞물린 결과이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파트가 삶의 주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1년을 살아도, 3년을 살아도 옆집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는 아파트만의 공간 '디자인'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한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마을 감수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에 대한 답이 바로 '커뮤니티 디자인'이다.


더불어 사는 삶, 커뮤니티 디자인

아파트가 단절을 초래한다고 해서, 모두가 낮은 담벼락을 하고, 단독주택에 살라는 뜻은 아니다. '커뮤니티 디자인'의 범위는 다양하다.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다>라는 책에서 소개된 한평공원의 사례가 그렇다. 한평공원은 동네 어귀에 있는 자투리 땅에 '작은 공원'을 만들어 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이 된 대표적 사례다. 


면적을 뜻하는 '한 평'이란 이름을 딴 한평공원은 2002년 이래로 전국 곳곳에 탄생되었다. 금호동, 옥수동, 미아동, 수색동, 인사동 등 주민들과 공공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한평공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티 디자인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커뮤니티 디자인이란 특정 개인이 점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제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종로구 체부동의 한평공원 / 출처 : 종로구청>


사적 공간에 '나 홀로' 잠입했던 사람들이, 모두가 함께 모여있는 열린 공간으로 들어설 때 커뮤니티 디자인에는 따스한 바람이 불게 된다. 그 온기의 수혜자는 그곳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같이 맥주를 마시고, 정보를 공유하고, 길 가다 마주치면 인사를 건넬 수 있게 된 바로 우리들이다.


<이태원 나난 가드닝 / 출처 : 이태원 주민일기>


<이태원 주민일기>의 나난 가드닝은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준다. 이태원에 거주하는 윈도우 페인터 나난은 길가의 작운 풀들에게 화분을 만들어주고, 오래되고 낡은 도로 표지판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나난 가드닝'이라 이름 붙였다. 나난을 모르는 사람이든, 아니든 이태원 길가에서 발견하는 '그림 화분'은 나만의 사적 영역을 벗어나, 같이 누리고 나누는 공적 영역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다음을 누군가 이어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커뮤티니 디자인의 새로운 시작이자,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커뮤니티 디자인의 흥미로운 이야기들

<디자인이 지역을 바꾼다>를 쓴 가케이 유스케는 누구보다도 커뮤니티와 지역에 관한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이다. 그가 꼽은 지역을 바꾼 핵심 이슈인 '고독사(일본은 누군가의 돌봄 없이 숨지는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는데, 한 해 무려 26,821명에 달하고 있다)'에서 보듯 일본은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눈을 일찍 뜬 나라이고, 많은 사례들을 가지고 있다. 그가 엮어 보이는 커뮤니티 디자인의 사례는 수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옷코야'는 구석에 처박혀 있던 물건에 빛을 주는 잡화점이다. 주민이 갖고 있는 추억의 물품이나 수제 잡화, 젊은 아티스트의 작품 등도 빼곡히 진열되어 있는데, 물품을 맡기 위해서는 회원등록이 필요하다. 


디자이너 우메하라 씨가 고치에 가면 반드시 가봐야 한다고 권하는 곳이 된 옷코야는 주민의 휴식 장소가 되었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이러한 주민 잡화점이 있다면, 어떠한 풍경이 펼쳐질까. '옷코야'처럼 다른 동네에서도 찾아오는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되지 않을까.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방과후 NPO / 출처 : http://www.japanfs.org>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방과후 NPO'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저출산 사회인데, 가장 큰 이유는 양육비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한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의 방과후 NPO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 시민의 교육참여를 지향하는 활동이다. 방과후 학교를 무대로 시민이 아이들에게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품앗이 육아' 등이 있는데, 각 지역에 방과후 학교 공간이 세워진다면 부모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커뮤니티 디자인이 될 듯 싶다.


'호즈미제재소 프로젝트'는 주민, 디자이너, 학생이 협력하는 '가구 만들기 학교'다. 임업이 번창한 마을, 미에현 이가시 시마가하라는 도시주민의 주말 체재형 관광으로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고 있는 것을 활용, 지역 주민과 도시주민이 교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다. '호즈미제재소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과 디자이너, 학생이 모두 모여 협동하고 소통하고 또한 생산도 하는 커뮤니티 디자인의 흥미로운 사례다. '마루야가든즈'는 '마을에 없어선 안 될 백화점'이라고 불린다. 


<마루야 가든즈 / 출처 : www.arch-hiroshima.net>


백화점이라고 하면 갖게 되는 선입견을 반전시키는 마루야 가든즈는 각층 점포에 '가든'이라는 오픈 공간을 가지고 있다. 각 가든에는 요리, 댄스, 연극, 잡화 만들기 등 취미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다양한 커뮤티니들은 물론이다. 백화점이 단순히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공간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이란 위의 이야기처럼 한평공원이 될 수도 있고, 길바닥에 그린 페인팅 한 점일 수도 있고, 주말에 도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가구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나 혼자 산다>의 청년들이 '쉐어 하우스'에서 함께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커뮤니티 디자인은 특정한 환경과 공간에 있다기보다 바로 자신이 서 있는 공간에서 서로의 필요를 모아, 협력하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30년 동안 방치된 뉴욕 도심의 고가 철도를 하늘 공원으로 만든 두 남자 이야기를 담은 <하이라인 스토리>은 나만의 사적 공간에서 벗어나, 같이 누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빚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 / 출처 : www.newyorkusa.eu>


두 청년을 필두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으로 온갖 이익 집단에 맞서 '하늘 공원'으로까지 만들어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는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한 번 주변을 둘러보자. 우리가 사는 터전, 아주 가까운 곳에 한평공원과 하이라인 공원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우리, '주민'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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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문석/ 2014.10.30 23:55
    재밌네요. 지역 주민들과의 만남의 장소도 될 수 있고 지역 명소로도 발돋움 할 수 있고~ 이런 곳 있으면 뿌듯할 것 같아요
  • 율리아스 2014.11.03 09:49
    마루야가든즈 가봤는데~이쁜거 진짜 많아요
  • 비오틴걸 2014.11.03 09:50
    하이라인 파크 가보고싶네요 ~~아주 미국적인 디자인!
  • 정샘 2014.11.03 09:51
    요새 아이들 정말 시각적으로 사각형만 보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 말리부 2014.11.03 09:51
    이태원 주민일기~정말 일상의 소소함을 담아낸 페이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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