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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은 우리나라 전력산업 역사에서 꽤나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한전이 민간기업들과 실증단지를 구축한 조천변전소의 대용량 에너지 저장시스템, 즉 ESS가 시험 운전에 성공한 날이죠.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30분 정도를 달리면 조천 변전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면 변전소 입구에 늘어선 컨테이너박스를 보고는 '정비되지 않은 불모지'라는 느낌도 받으실 수 있지만 사실 이 컨테이너박스는 떠오르는 전력공급의 다크호스! ESS죠



ESS는 전력 부하가 낮을 때 전기를 저장해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적절하게 전기를 공급해주는 에너지저장장치입니다. 우리 가정의 일반 전자제품은 물론, 산업, 운송까지 국가전반에 대한 전력난 우려가 커지면서 대안으로 부상한 전력산업의 희망이기도 하죠.


조천변전소는 국내 변전소 중 처음으로 ESS가 설치된 곳입니다. 위의 컨테이너박스에는 4,000개가 넘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있는데요. 이 베터리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소모가 많은 시간에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전력의 부하량을 조절합니다. 이를 통해 절감되는 전기료는 연간 1㎿h당 무려 1억3,000만원! 조천변전소의 ESS만으로도 산술적으로는 매년 10억원 이상의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죠.



우리나라의 ESS 산업은 세계를 선도해가고 있는데요.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설계는 다른 나라도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ESS 시스템 전체를 운전하는 경험을 쌓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는 미래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요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에서 제주도가 차지하는 위치는 조천변전소 이외의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남제주군 대정읍 에 속하는 작은 섬! 가파도에 가보면 알 수 있죠. 가파도에 가기 위해서는 제주 모슬포항에서 정기 여객선을 타야 합니다.



드디어 가파도에 도착했습니다. 한 폭의 그림같죠? 가파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작은 섬입니다. 실제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20.5M밖에 되지 않죠. 이렇다할 내리막도, 오르막도 없어서 이 곳에서는 자전거 한 대만 빌리면 안전하고 경쾌하게 가파도의 빼어난 경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파도는 우리나라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에 가장 가까운 섬입니다. 화석연료로 가동되던 디젤발전기도 지금은 일시적인 가동만을 할 뿐이죠.


각 가정 역시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전기를 공급받고 있으며 섬에 몇 없는 자동차 역시 전기자동차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친환경 녹색 섬이라 할 수 있어요^^



작고 예쁜 가파도를 둘러보면 곧 가파도 발전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가파도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전력을 이 곳에서 담당하고 있죠. 역시 이 곳에서도 핵심은 ESS! 전력망을 총괄하는 상황실로 들어가볼까요?



바로 이 곳에서 가파도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모든 전력계통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가파도에는 총 193가구가 있는데요. 단방향원격검침과 홈 지능화기기 등 스마트홈을 구축해 이 곳에서 관리·제어하고 있죠.



운영센터 바로 옆에는 이렇게 ESS 배터리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가파도에는 250㎾급 풍력발전기 2기와 30㎾급 태양광발전소 두 곳이 설치되어 있고, 이 중 37가구에는 3㎾급의 태양광발전설비까지 설치됐어요. 그렇게 모은 전기가 이 곳으로 오게 되고 저장된 전기가 가정으로 공급되는 것이랍니다.


가파도는 이렇게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발전하고 공급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섬인데요. 특히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스스로 생산한 전기를 각 가정에 100% 공급하는 모델은 그 자체로도 수출 상품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어요. 작지만 알찬 섬이죠?^^


뿐만이 아닙니다. 가파도는 전 세대가 스마트미터기를 설치했고 섬의 유일한 학교인 가파초등학교는 스마트그리드 스쿨의 시범모델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또 가파도는 섬 곳곳의 경관도 훌륭한데요. 거기에 한 몫하는 것이 바로 전주 지중화!


친환경 섬을 지향하는 섬답게 고압전주 30여개와 저압전주 100여개 등을 모두 지중화했습니다. 때문에 가파도는 섬의 어디를 보아도 전봇대 없이 탁트인 깨끗한 풍경을 볼 수 있어요.



이렇게 탄소 없는 섬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가파도는 마이크로그리드가 우리나라 전력산업 뿐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환경에까지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보완할 점이 있겠지만~ 녹색성장의 훌륭한 모델이 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죠?


지난 10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제20차 아시아태평양 전력산업컨퍼런스(CEPSI 2014)가 열렸던 제주! 성공적으로 안착 중인 가파도의 신재생 에너지와 ESS시스템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는데요. 가파도의 자체 친환경 전력생산·공급 시스템이 머지 않은 미래에 전국의 모든 섬으로 확대되어, 우리나라가 에너지, 환경 분야의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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