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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여행이나 외출을 자제하고 집콕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죠. 요즘은 여러모로 집 나가면 고생! 차라리 시원한 집에서 싱그러운 여름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보며 상상으로나마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감독: 션 베이커

출연: 윌렘 데포, 브루클린 프린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입니다. 카메라는 뜨거운 여름 햇빛 아래 밝은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비추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꽤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플로리다 디즈니랜드의 건너편, 매직 캐슬’입니다. 매직 캐슬은 아이들에게는 놀거리가 가득한 마법의 성이지만, 어른들에게는 매주 방세를 내며 거주하는 낡고 허름한 모텔입니다. 이 곳에서 장기 투숙을 하는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엄마는 당장 이번주 방세 내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하지만 무니는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매일 친구들과 신나는 하루를 보냅니다. 건너편 디즈니랜드에 놀러온 아이들의 모습과 비교되곤 하죠. 무니는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해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도 하고, 폐가의 물건을 장난감 삼아 놉니다. 그 모습이 현실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대조됩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비롯해 사회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노숙자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죠. 영화는 이런 사회 문제를 다루지만 마냥 무겁지는 않습니다. 아마 무니를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한 브루클린 프린스와 아역 배우들 덕분인 것 같네요.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디즈니랜드에 놀러온 아이들보다 '매직 캐슬'에 사는 무니와 친구들이 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션 베이커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직접 이 동네를 찾았는데 플로리다의 뜨겁고 찬란한 햇살과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마법 같은 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조금 힘든 우리의 이 여름도 훗날 마법 같은 여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네요. 

 

 

싱 스트리트(2016)

 

감독: 존 카니

출연: 페리다 월시 필로, 루시 보인턴

 

 

 

<싱 스트리트>는 주인공 코너(페리다 월시 필로)가 사랑에 빠져서 음악을 시작하고 음악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성장담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코너는 전학 간 학교에 적응하는 걸 힘들어 하죠. 가족간의 불화도 잦아집니다. 기댈 곳이 없는 코너는 자신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모아 밴드를 만들고 음악을 통해 위로받습니다. 극 중 등장하는 밴드 연주 장면은 한 편의 미니 콘서트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특히 ‘UP’은 신나고 경쾌한 멜로디라 여름과 잘 어울립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시원한 노래 덕분에 영화의 멋이 한껏 살아납니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확신을 갖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너와 친구들은 자신의 신념을 믿고 과감히 선곡합니다. 나를 믿고, 후회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꿈을 향해 도전해 나가는 그들의 청춘이 뜨거운 한여름을 닮은 것 같죠?

 

 

리틀 포레스트(2018)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리틀 포레스트>는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의 일상을 그린 영화입니다. 고향 집에는 이제 아무도 남아있지 않지만, 혜원이 자라던 그 시절의 기억은 남아있습니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참 든든한 일입니다.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혜원은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직접 기르고, 매 끼니마다 정성스럽게 요리합니다.

 

사실 혜원의 엄마는 어느 날 자신의 시간을 보내겠다는 편지와 함께 홀연히 사라진지 꽤 됐습니다. 극 중 혜원과 엄마의 추억이 담긴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요, 그 중 여름의 따가운 햇볕 아래 큰 나무의 그늘에 앉아서 두 모녀가 토마토를 먹는 장면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혜원은 여름의 매미 소리, 뜨거운 햇볕과 시원한 바람, 잘 익은 토마토를 먹던 그 시간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때 무심코 던졌던 토마토가 땅에서 다시 자랐는데, 그 토마토를 다시 따먹으며 혜원은 어렸을 땐 이해할 수 없었던 복잡한 엄마의 감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특유의 포근한 색감으로 수많은 계절을 아름답게 담아냅니다. 특히 스크린 속의 한여름은 청량함 그 자체입니다. 여름 방학에 놀러갔던 시골의 큰 나무 밑 그늘과 여름밤의 싱그러움까지, 모두의 여름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

 

감독: 이장훈

출연: 소지섭, 손예진

 

 

 

 

우진(소지섭)의 아내 수아(손예진)는 비가 오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여름, 비오는 날 수아가 거짓말처럼 다시 돌아옵니다.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로 말이죠. 우진은 그런 수아가 기억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아들 지호와 함께 거짓말 같은 여름날을 보냅니다. 그런데 수아는 정말 돌아온 것일까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는 비 오는 장면이 참 많이 등장합니다. 수아가 다시 돌아온 날에도, 우진과 수아가 데이트를 하는 날에도, 지호의 생일에도 말입니다. 그 촉촉한 장면을 보고 있자니 혹시 비가 그치면 수아가 다시 떠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비오는 여름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장마는 어떤 사람에겐 축축하고 끈적거려 피하고 싶은 날씨일 수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누군가에게는 손꼽아 기다려온 날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여름 장마는 일찍 시작된다고 하죠? 어느 비오는 날 이 영화를 꺼내 본다면 감동이 더 진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소개해드린 영화 네 편을 보고 있노라니 시골에서 여름 방학을 보낸 기억, 밤에 스치는 시원한 바람에 대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여름은 깊은 곳에 있는 기억을 뭉개뭉개 끌어올리는 마법 같은 계절이지요. 지난 여름처럼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대신 이 영화를 감상하며 또 다른 여름 추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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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테리우스 2020.06.24 09:12
    좋은글이네요 자주 영화추천해주세요 저는 이런글도 너무 좋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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