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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흐르는 숭고한 사랑

낭만발레 지젤

 



46일부터 15일까지,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공연이 열렸습니다. 지젤을 관람하러 간 저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던 공연에 매료되었는데요. 여러분께 제가 직접 관람한 지젤을 생생하게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지젤 공연이 열린 유니버설아트센터

 




 

낭만발레란?

 

지젤1841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약 180여 년 동안 전 세계 발레 팬들에게 사랑받아온 낭만발레의 대명사입니다. 낭만발레란 무엇일까요?

 


▲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년)




18세기,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산업혁명 등이 이어지며 암울한 현실이 계속되었습니다. 민중들은 삶에 찌들어 힘겨운 일상을 보냈는데요. 이런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경향이 문화 전반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사조를 낭만주의라고 부른답니다. 낭만주의는 인위적인 규칙, 형식을 거부하고 지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현실을 잊고 꾸는 꿈같은 이야기를 선보이지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낭만발레라는 장르가 탄생했답니다.





 

낭만발레의 특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포인트 기법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포인트 기법이란 발끝을 완전히 세워서 춤을 추는 동작인데요. 발끝으로 가볍게 떠다니는 듯이 춤을 추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은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듯하죠. 남녀 파드되(pas de deux, 여성과 남성 무용수가 함께 추는 쌍무) 안무에서도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연출을 선보입니다. 더불어 '로맨틱 튀튀'라는 발레리나의 다리를 휘감는 종 모양의 흰 치마가 주요 의상으로 선택되는데요. 이런 의상으로 인해 백색 발레라 불리기도 합니다. 로맨틱 튀튀를 입고 발끝으로 움직이는 배우들은 인간이 아닌 신비로운 요정처럼 보인답니다.


 

 

▲ 지젤의 의상 (팸플릿 직접 촬영)




 

지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지젤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처녀귀신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줄거리를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유니버설발레단 홈페이지 (http://www.universalballet.co.kr)



지젤은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농촌이 배경인 1막에서는 춤을 좋아하는 시골처녀 지젤이 알브레히트라는 젊은이와 사랑에 빠집니다. 알브레히트는 약혼녀가 있는 귀족이면서 평범한 시골 청년으로 위장한 청년이었는데요. 지젤은 그와 데이지 꽃으로 사랑을 점을 치는데, 지젤의 불행한 운명을 암시하는 결과가 나온답니다. 하지만 이미 콩깍지가 씐 두 사람은 이를 무시하지요.

 

한편 지젤을 짝사랑하던 사냥꾼 힐라리온은 그녀에게 알브레히트의 정체를 폭로합니다. 영주의 딸이 알브레히트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젤은 충격을 받아 미쳐서 죽게 됩니다.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로 1막이 마무리됩니다.

 

2막은 늦은 밤 숲속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숲속에서 윌리(처녀 귀신)의 여왕 미르타가 나타나 무덤 속에 잠든 지젤을 불러내는데요. 때마침 그녀의 무덤을 찾은 알브레히트는 윌리들의 포로가 되어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자 지젤의 영혼은 동이 틀 때까지 알브레히트의 곁에 머물며 그를 지켜냅니다. 마침내 새벽이 찾아오며 윌리들은 무덤으로 사라지지요. 알브레히트는 지젤의 무덤을 껴안고 참회합니다.

 


 

▲ 지젤 포스터




지젤의 관극 포인트는?

 

관전 포인트를 알고서 극을 관람하면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답니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2막에서 펼쳐지는 윌리들의 군무입니다. 하얀 튀튀를 단체로 입은 윌리들의 군무는 백색 발레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지요. 윌리들은 무덤 속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밤이 되면 숲으로 나옵니다. 비록 육체는 죽었지만 마음만은 살아있는 이들은 춤의 즐거움을 잊지 못해 달빛 아래에서 단체로 춤을 춥니다. 윌리들이 단체로 춤을 출 때는 가스등이 사용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한 윌리들은 로맨틱 튀튀라 불리는 눈처럼 흰 의상을 입는데요. 꽃이나 리본으로 장식하여 낭만적인 느낌이 배가 된답니다.

 

낭만발레는 암담한 현실에 대한 저항으로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동경과 아름다운 꿈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데요. 위와 같은 윌리들의 의상과 춤은 낭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지젤 군무 (팸플릿 직접 촬영)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지젤의 감정연기입니다. 1막에서 꽃 점을 칠 때의 배경 음악과 지젤이 미쳐버렸을 때의 배경 음악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두 장면에서 지젤은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합니다. 꽃 점을 칠 때는 순수한 시골처녀의 수줍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에 반해 알브레히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에는 충격을 받아 정신이 나간 연기를 보여줍니다. 같은 배경 음악이 나오지만 전혀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에 무용수의 연기력이 중요하답니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섬세한 발레 기술입니다. 보통 클래식 발레에서는 워킹을 할 때 상체를 꼿꼿이 세워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데요. 반면 지젤에서는 상체를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체가 앞쪽으로 기울어지는 동작을 통해 아련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클래식 발레에서는 절도 있는 팔 동작을 선보이는데요. 이에 반해 지젤에서는 팔꿈치에서부터 팔을 들어 올려서 손바닥이 항상 아래를 향하도록 하며 손끝을 떨어뜨립니다. 굉장히 우아한 동작처럼 느껴지지요?

 


더불어 윌리들은 발끝을 들어 올려 가볍게 움직여서 공중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윌리들은 죽은 영혼이기 때문에 사람과 같은 느낌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중력이 없는 듯이 공중에 뜬 듯한 동작을 선보입니다. 윌리들의 이러한 가벼운 움직임, 발끝으로 춤추는 기술 등은 무대에 환상적인 느낌을 더해줍니다. 이런 동작은 높이 솟은 고딕 첨탑 위에서 춤추는 천사와 같은 중세적 은유를 계승한 것이라 하네요.



네 번째 관전 포인트는 꽃입니다. ‘지젤에서는 꽃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꽃마다 의미가 다 다르답니다. 1막 초반에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데이지 꽃으로 사랑을 점치지요. 이때 데이지 꽃은 지젤이 꿈꾸던 알브레히트와의 순수한 사랑을 의미함과 동시에 불행한 결말을 암시합니다.


 

▲ 데이지 



2막에서 미르타는 로즈마리를 이용해 숲속의 윌리들을 불러 모읍니다로즈마리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 신성한 식물이자 사랑과 죽음의 표상이었다고 합니다미르타는 로즈마리 가지를 들어 올리며 알브레히트를 죽이라고 명령했지만 지젤의 숭고한 사랑으로 로즈마리 가지가 부러집니다.

 


▲ 로즈마리



2막에서 알브레히트는 백합 한 다발을 들고 지젤의 무덤을 찾습니다백합은 알브레히트를 용서하는 지젤의 마음을 의미한답니다.

 



▲ 백합

 



저는 매튜 골딩(알브레히트 역)과 나탈리아 쿠쉬(지젤 역)가 연기한 지젤을 관극했는데요. 매튜 골딩은 역에 어울리는 귀족적인 태를 지녔고 깔끔한 테크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탈리아 쿠쉬는 작은 몸집을 가졌지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내뿜었는데요. 그 에너지와 뛰어난 연기력이 어우러져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 유니버설발레단 홈페이지 (http://www.universalballet.co.kr)




특히 한 무대에서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녀를 보며 큰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1막 초반에서의 순박하고 밝은 모습과 후반부의 광기 어린 모습이 대비되어 동일인물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2막에서는 사랑하는 알브레히트를 위해 끝까지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러한 열연을 통해 숭고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윌리들의 가냘프고 청초한 안무는 관객들에게 압도적인 신비로움을 전달했답니다. 특히 2막 마지막 부분에서 죽음을 앞둔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펼치는 파드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파드되를 추는 지젤의 목에서 어깨, 기다란 팔로 이어지는 선은 지젤 라인으로 불리는데요. 그 춤의 선이 정말 아름다웠고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답니다.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던 공연을 글로 옮겨보려 노력했는데, 전달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적인 향기가 넘쳐나는 발레 지젤’! 기회가 되신다면 꼭 관극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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