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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아픈 역사를 여행하다



 

지난해 가을 개봉했던 영화 남한산성 기억하시나요?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당시 조선의 임금이었던 인조는 수도를 버리고 현재의 성남시에 있는 남한산성으로 피난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조선은 약 47일간 청나라 군대와 대치했죠. 결국 추운 날씨와 청나라의 압도적인 군사력 앞에 인조는 무릎을 꿇고 맙니다. 영화 남한산성은 성안에서의 47일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이 역사적인 장소를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겨울을 선택한 이유는 병자호란이 일어난 계절도 겨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남한산성을 방문하기 전에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도 읽어 보았는데요. 영화와 책을 통해 느꼈던 감정을 간직한 채로 겨울의 남한산성을 여행해 보았습니다.


 

한옥으로 되어 있는 남한산성 경찰서


 

8호선 산성역에서 도착하면 남한산성으로 가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1번 출구를 통해 버스를 타면 남한산성 입구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남한산성 중심지에는 식당들이 많이 모여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남한산성을 방문하는 것이었는데요. 단지 산성이라 성 외곽과 유적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은행을 비롯해 소방서, 경찰서, 교회가 있고 실제 주민들이 사는 마을이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4,000명 이상이 이곳에 거주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저에게는 지상에서 400m 위의 마을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남한산성 행궁 입구

 

마을에서 곧바로 남한산성 행궁으로 향했습니다. 행궁이란 왕이 도성 밖으로 행차할 때 이용하는 임시 거처입니다. 남한산성 행궁은 인조 4(1626)년 전쟁이나 내란 등 유사시 후방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한양 도성의 궁궐을 대신할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됐습니다. 남한산성 영화 중 인조가 밤잠을 설치며 고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곳이 바로 남한산성 행궁입니다. 영화 후반부에 청나라의 홍이포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곳도 행궁이죠. 인조는 홍이포의 위력에 두려움을 느껴 결국 항복하게 됩니다.



▲ 내행전 내부


▲외행전 전경


 

행궁은 내행전 외행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내행전은 인조가 밥을 먹고 자는 곳입니다. 영화에서 영의정 김류, 최명길, 김상헌 등 임금과 신하가 독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곳이 내행전이죠. 외행전은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곳이에요. 모든 대신이 모여 국사를 논의하고 임금과 함께 전쟁을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하는 장소입니다. 경복궁의 근정전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됩니다. 

 

당시 조정에는 두 당파가 있었습니다. 한쪽은 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미래를 도모하자는 주화파, 어찌 오랑캐와 화친을 맺을 수 있느냐며 끝까지 전쟁을 해야 한다는 척화파가 팽팽히 맞서고 있었죠. 척화파의 수장은 예조판서(현재의 외교부 장관 및 교육부 장관에 해당) 김상헌, 주화파의 수장은 이조판서(현재의 행정안전부 장관 및 인사혁신처 처장) 최명길이었습니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팽팽한 대립을 묵묵하게 표현합니다.


남한산성 소설에서는 142~143페이지에 두 사람의 주장이 가장 잘 나타납니다. 최명길은 김상헌을 말을 중히 여기고 생을 가벼이 여기는 자라고 비판합니다. 김상헌은 최명길을 삶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삶을 죽음과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라고 비판하죠. 김상헌은 가벼운 죽음으로 무거운 삶을 지탱하자고 합니다. 최명길은 죽음은 절대 가볍지 않고, 죽음은 삶을 지탱할 수 없다고 맞서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기는 하지만 당시 조정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최명길과 김상헌은 우연히 청나라의 감옥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둘은 감옥에서 옛일을 회상하며 관점의 차이지, 옳고 그름의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 남한산성 동문

 

▲ 남한산성 성벽 등산길

 

저는 행궁을 나와 성문 외곽을 산책했습니다. 동문으로 시작해 북문, 서문으로 쭉 걸었습니다. 등산길은 가팔랐습니다. 남한산성은 400m가 넘는 높이에 있어 겨울 바람이 더욱 매서웠습니다. 당시 조선의 병사들이 얼마나 혹독한 환경에서 보초를 섰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에서는 당시 겨울 날씨를 손에 창이나 활을 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군병들은 두 손을 제 사타구니 사이에 넣고 비비며 언 발을 굴렀다라고 묘사합니다.



▲ 남한산성 북문


▲ 남한산성 북문 외곽. 영화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동문에서 출발해 도착한 곳은 북문입니다. 이시백 장군이 이끄는 조선군이 청나라 본진을 향해 북문으로 나가는 장면이 있었죠. 북문은 생각보다 경사가 있어 수비하기는 좋으나 공격하기는 어려운천혜의 요새였습니다.



 ▲ 석촌호수에 있는 삼전도비

 

남한산성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송파구 석촌호수로 갔습니다. 석촌호수에 있는 삼전도비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가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인조에게 비석을 세우라고 합니다.

 

청나라는 전쟁이 끝난 후 많은 조선인들을 끌고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남자는 노예 시장에 팔리고 여자는 매춘부 등으로 전락했습니다. 나라의 힘이 없으면 백성만 고생한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줍니다.



▲남한산성 성벽 외곽의 모습

 

29일 금요일, 대망의 평창올림픽이 개최됩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가 이제 세계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평창올림픽의 성화가 지난 17일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 행궁과 둘레길을 지나기도 했는데요. 남한산성을 여행하면서 평화로운 올림픽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날씨가 춥지만 영화와 소설 남한산성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번 주말 남한산성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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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한상성 2018.02.09 11:08
    남한산성 한번도 못가봤는데 이 계절에 가서 그때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날씨 조금 풀리면 산책삼아 가봐야겠어요.
  • 정병호 2018.02.09 12:16
    꼭 등산화 신고가세요! 아직 빙판길이 많아 미끄럽답니다!
  • 우사미 2018.02.10 21:24
    남한산성 참 감명깊게 본 작품인데 직접가보시다니 대단합니다! 그것도 겨울에맞춰서 ㅎㅎ 잘보고 갑니다 ~
  • 정병호 2018.02.13 01:17
    감사합니다!
  • 민제이 2018.05.23 06:51
    김훈의 소설 읽을때의 전율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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