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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맛있는 요리 한 그릇이 어떤 처방전보다 힘이 세다. 과중한 업무로 고단하기 그지없는 퇴근길, 머릿속은 묵지근하고 두통은 엄습해오지만 엄마가 고슬고슬하게 지어낸 쌀과 국이라는 최고의 힐링푸드 '집밥'을 먹으면서, 사람들은 다시 내일을 시작할 힘을 얻는다.


여기 마치 '집밥'과도 같은 따스하고, 정감 넘치는 음식 영화들이 있다. <해피 해피 브래드>는 영화 제목처럼 행복이 가득한 영화다. 일본 훗카이도의 어느 조용한 시골 마을, 구름은 양떼처럼 한가롭게 떠 있고, 푸르른 들판이 시야를 한가득 메우는 곳이다. 마치 그림 엽서처럼 아름다운 이곳에 카페 <마니>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빵도 굽고, 맛있는 커피도 파는 부부가 등장한다. 훗카이도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카페 <마니>에서 이루어지는 외지 사람들과의 만남에는 항상 맛있는 요리가 함께 한다. 


엄마를 떠나보낸 아이, 실연 당한 외로운 여자,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부부 등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보이지만,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음식과 만나면서 그 상처와 화해하는 과정은 담백한 감동을 준다. 특히 동그란 빵을 반으로 가를 때 들리는 소리, 구운 토마토 요리, 무지개 빛깔의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를 파는 부부들, 단호박 스프, 마을 주민들과의 유쾌한 가든 파티 등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행복한 장면이 풍부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기름기 없는 담백한 빵에, 갓 구운 원두로 드립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날 것이다. 동시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카페 <마니>에 꼭 한 번 들르고 싶어질 것이다.


음식 영화로는 일련의 마니아 군단까지 만든 영화가 있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카모메 식당>이다. 특이하게도 배경은 일본이 아니라 핀란드 헬싱키. 한적한 이곳에 일본 음식을 하는 독특한 식당이 등장한다. 이름은 '카모메 식당'. 일본 특유의 독특한 캐릭터의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요란법석하지 않다. 주인공이 만드는 오니기리답게 단정하고, 깔끔하다. 엄청나게 화려한 음식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하나의 음식이 탄생되기까지의 과정을 디테일하게 담는다. 


신기한 건 그 섬세한 요리 과정을 함께 지켜 보는 동안 마음이 평안해진다는 것이다. 돈까스, 연어구이, 시나몬롤, 오니기리 등 한국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요리가 등장하는데, 이 때문에 '카모메 식당'의 레시피를 응용해서 직접 만들어먹는 사람들도 많다. 영화 속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근데 왜 핀란드 사람들은 그렇게도 고요하고 편안하게 보일까요?" "숲이 있으니까요." 



<카모메 식당>은 하나의 요리가 바로 숲이고, 바로 그 숲 같은 요리를 통해 고요한 평화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카모메 식당>에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고는 하지만 <달팽이 식당>에 비하면 약과다. 도미나가 마이가 연출한 <달팽이 식당>은 흥미로운 설정과 팝아트 같은 CG가 화면을 메우는 독특한 요리 영화다. 일본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 시바사키 코우가 출연한 <달팽이 식당>은 자신의 아픔을 요리를 통해 치유하게 된 린코의 이야기다. 


남자친구가 자신의 재산을 들고 사려져 그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린코는 고향으로 돌아가 엄마의 집 창고를 개조해서 레스토랑을 연다. 바로 그 레스토랑의 이름이 카타츠무리 즉 '달팽이 식당'이다. 린코에게 비범한 재능이 있는지, 자신의 아픔 때문인지 린코가 만든 요리를 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진다. 하지만 달팽이 식당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하루에 단 한 팀만 손님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예약 전 면접까지 해서 손님을 직접 고르기까지 한다. 



석류 카레, 주뗌므 스프, 버터 라이스, 무화과 샌드위치, 삼계탕, 로스트 갈릭 소테, 오차즈케 등 출중한 실력의 요리들이 등장하는데, 린코가 크레파스로 직접 그린 레시피북이 '구매하고 싶을 만큼' 앙징맞다. 동명 이름의 원작 소설이 있다. 같이 읽으면 요리가 주는 힐링의 묘미가 배가될 듯하다. 린코처럼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나만의 레시피도 하나 만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남극에 사는 쉐프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남극의 쉐프>는 이러한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된 영화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속까지 쩡쩡 얼게 만드는 남극, 해발 3, 810m. 평균기온 -5도, 극한지. 바로 이 무시무시한 곳에 8명의 남극 관측 대원들이 1년 반 동안 함께 생활을 한다. 


차량담당 주임, 대기학자 히라, 통신담당 본, 기상학자 대장님, 빙하학자 모토, 빙상팀원 니이얀, 의료담당 닥터, 그리고 조리담당 니시무라까지. 식재료는 전부 냉동 식품이거나 건조식품. 또는 레토르트와 인스턴트 뿐이지만, '남극의 쉐프'는 이 재료들을 가지고 남극 대원들의 희로애락을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힐링 푸드들을 만들어낸다. 



다른 영화들도 그렇지만, <남극의 쉐프>의 묘미는 '먹방'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오니기리, 대왕새우튀김, 중화요리, 대왕새우튀김 그리고 <정글의 법칙>에서 최고의 힐링 푸드로 등극한 한국의 라면처럼 일본 역시 라멘을 먹을 때의 감동은 절절할 정도다. 남극이라는 극한 상황을 통해 역시 최고의 치유 레시피는 바로 음식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유쾌한 영화다.


이름에서부터 달콤한 향기가 묻어나는 <하와이언 레시피>는 비록 잠깐이지만 아오이 유우와 하세가와 준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다. 하와이 북쪽, 호노카아 마을을 파스텔톤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유유자적한 행복감을 안겨준다.


영화의 주인공은 비이라는 이름의 할머니. 우연히 비이의 집에 밀가루 배달을 간 남자 주인공이 비이의 음식을 훔쳐먹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로 비이는 요리의 달인이었던 것.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하는 낯모르는 청년에게 매일 와서 밥을 먹으라고 하면서 늘 맛있는 밥을 차려주는 이야기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양배추롤이 마치 한 입 밴 냥, 혀 안에 감돌 정도로 여운이 깊다. 아마도 그것은 누군가 우리를 위해 정성껏 만들어준 힐링 푸드의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를 위한 요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위의 영화들도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어떤 음식이든 나눌 때 비로소 치유가 된다는 이야기니까. 어쩌면 음식이란 바로 그 나눔을 은유하는 가장 적절한 매개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이토록 음식 영화를 사랑하게 됐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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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새미 2014.09.25 10:54
    앗 저는 일본드라마나 영화 자주 보는데~ 요리를 소재로 한 게 많아서 넘넘 좋더라고용!! 눈으로 보는 것으로도 얼마나 맛있고 즐거운 느낌인지~ ㅠㅠ 한 번씩 따라해보고싶어요!!
  • 정현주 2015.03.11 13:02
    저도 요리를 소재한 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다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영화)입니다.
    이렇게 글로 다시 보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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