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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아래 빛나는 존재,





열여덟, 오빠들은 내 삶의 전부였다



2012년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포스터 속 문구입니다. 극 중 주인공은 90년대를 대표한 그룹 HOT의 팬이었죠. 그녀는 빛나는 무대 아래서 흰 우비와 풍선을 들고 목이 터져라 ‘오빠’들을 응원했는데요.



▲ 빌보드 차트 홈페이지 화면 캡쳐




이런 팬들의 사랑 덕분일까요? K-POP 가수들은 이제 세계인들의 ‘오빠’가 됐답니다. 싸이(PSY)와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음악 차트인 빌보드 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리면서 K-POP은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죠. 최근 한국 가수 사상 처음으로 빌보드에서 탑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상을 받은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Your work keep us going and keep us striving. 

(여러분이 우리를 나아가고 노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수상 소감처럼, 무대 위 스타를 위해 노력하는 팬들 역시 중요한 존재죠. 오늘 제 글에서는 조명조차 비추지 않는 무대 아래 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랍니다.



가수만 변하니? 팬도 변한다!


가수들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됐는데요. 8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 가요계엔 솔로 가수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10명 이상의 그룹형 가수들이 대세이죠. 과거,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발라드가 대세였다면 이젠 댄스, EDM 등 다양한 장르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요. 이런 변화에 발맞춰 팬의 모습도 점차 변화했답니다.





지난 6월에 방문했던 제주 플레이 케이팝 전시장에서 이런 팬덤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요. 1970년대는 지금처럼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지 않아 팬들은 LP 판을 구매해 음악을 들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당시 팬들은 LP 판 수집이 취미인 경우가 많았죠. 이후 1980년대에는 CD와 카세트테이프 수집이 팬들의 취미가 됐고요. 80년대에는 가수를 위한 팬들의 선물도 점점 다양해졌어요. 단순한 팬 레터를 넘어 종이학과 같이 직접 만든 선물을 건네는 경우가 늘어났죠.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는 미디어 산업의 발달과 함께 광고, 드라마 등에서 연예인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변화에 발맞춰 팬들은 CD 외에도 잡지, 브로마이드, 스타 광고 제품 등을 모으기 시작했답니다. 가수를 응원하면서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우비, 슬로건 등 다양한 응원도구들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죠.


2010년대가 되자, 팬들은 개인이 아닌 단체로 모여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회비를 모아 도시락이나 밥차 등을 준비해 가수와 스태프들에게 제공하는 ‘통 큰 조공’을 진행하기도 하죠. 상 받은 날이나 1위 한 날 등 가수에게 의미 있는 날에는 쌀 화환 기부, 숲 조성과 같은 뜻깊은 행사도 진행한답니다. 이제 단순히 물질적 조공을 넘어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사회적 평판’도 팬들이 관리하고 있죠.



팬덤에도 전통과 역사가 있다 : 팬클럽



 

▲ 공식 팬클럽 가입시 받을 수 있는 키트와 카드입니다!



신인 데뷔한 가수가 점점 연차를 쌓는 것처럼 팬클럽 회원에도 나름의 기수가 있답니다. 적게는 일 년, 길게는 수년에 한 번씩 모집하는 팬클럽 회원들은 단단한 소속감을 느끼는데요.


팬클럽에 가입한 이들에게는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데요. 우선 팬클럽 회원에게는 음악 방송 방청객 참여의 기회가 주어진답니다! 두 번째로는, 가수의 공연 티켓팅이 시작되면 팬클럽 회원들에게 선예매의 기회가 우선적으로 주어집니다. 마지막으로 팬클럽 홈페이지에서 가수와 직접 소통을 할 수도 있답니다.


이런 다양한 혜택이 있어서 팬들은 대부분 공식 팬클럽에 가입해 회원증을 발급받는 경우가 많아요.



내 가수는 내가 직접 홍보 한다 : 나눔 굿즈




▲ 공식 굿즈의 예시 (BTS 공식 굿즈 판매 홈페이지 화면)



혹시 공식 굿즈(Goods)와 나눔 굿즈(Goods)의 차이를 아시나요? 굿즈란 가수와 관련된 상품을 의미하는데요. 보통 소속사에서 제작한 가수와 관련된 물품을 공식 굿즈라고 불러요. 가수들의 사진이 박힌 선풍기, 부채, 슬로건, 가방, 티셔츠, 모자 등 다양한 상품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데요. 이후 콘서트 당일이 되면 공연장 옆에 위치한 굿즈 판매장에서 이 물품을 구매할 수 있죠.





그런데 콘서트 당일, 공연 장소에 도착하면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어요. 공식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인데요. 이런 부스는 바로 팬들이 직접 만든 굿즈를 나눠주는 곳이랍니다.


형식적이고 딱딱한 느낌이 많이 나는 공식 굿즈로는 만족을 하지 못한 팬이나, 가수를 홍보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자신의 굿즈를 만드는 팬이 있거든요. 이들의 굿즈를 ‘나눔 굿즈’라고 부르는데요. 무료라고 해서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팬클럽 회원 인증이나 콘서트 티켓을 인증해야만 받을 수 있는 굿즈도 있어요. 더 나아가서 스밍 인증(스트리밍 인증의 줄임말. 해당 가수의 음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카운팅하는 시스템)을 해야만 굿즈 나눔을 진행하는 팬들도 있답니다. 


내가 원하는 굿즈를 받으려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열심히 들어야 한다는 거~. 기본이겠죠?



실제 공연장 바깥의 모습은 어떨까?


하지만 이러한 나눔 문화가 모든 팬클럽에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주로 아이돌 팬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화인데요.




사진은 지난 6월 23일에 다녀왔던 데이식스 콘서트에서 판매된 굿즈 목록입니다. 이날 공식 굿즈 판매 시작은 오전 11시부터였는데요. 굿즈 판매 시작 두 시간 전부터 많은 팬 분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는 직접 만든 굿즈를 받기 위한 줄도 볼 수 있었어요. 공연장을 찾은 외국 팬 분들도 직접 제작한 굿즈 나눔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작년에 방문했던 뉴이스트 팬미팅 장소에서도 마찬가지로 나눔 문화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작게는 스티커부터 시작해 크게는 슬로건까지! 자신들이 직접 찍은 가수의 사진을 인화해 만든 자체 제작 물품을 나눠주고 있었어요.


반대로 2014년 방문했던 김동률 콘서트에서는 사인 CD와 컵을 판매하는 공식 굿즈 외에 나눔 굿즈를 볼 수 없었는데요. 그 이유는 관객들의 연령대 때문 아닐까요? 김동률 콘서트 관객의 대부분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였는데요. 이런 ‘굿즈 나눔’ 문화가 익숙지 않은 세대여서 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답니다.



무대는 누굴 위한 자리일까요?




콘서트를 다녀오면 가수와 팬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드는데요. 무대 위에 오른 사람만이 그 공연의 주인공인 것은 아닙니다. 조명이 비치지 않는 객석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수를 묵묵히 응원하는 팬 역시 그 공연의 주인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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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링블링 2018.11.14 09:32 신고
    재밌는 글을 보니 저도 오빠들에게 빠졌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나네요. 오빠가 자주 바뀌어서 문제지만... 요즘은 굿즈도 있고 팬들이 좋은 일도 많이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