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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7탄

: 먼 나라 이웃나라의 거장 이원복 교수를 만나다




(지난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blog.kepco.co.kr/1336 )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가을밤은 시원하고 상쾌해서 등불을 가까이 하고 글 읽기에 좋음을 이르는 말이죠. 세상은 넓고 좋은 책은 많습니다. 요즘 수많은 책들 중에서 아이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책이 바로 학습만화입니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들은 학습만화의 시조가 어떤 책인지 혹시 아시나요? 현재까지 1,800만부 이상 판매된 ‘먼 나라 이웃나라’입니다.


오늘은 먼 나라 이웃나라를 36년 동안 직접 그리신 이원복 교수님과의 즐거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ㅇ 교수님은 서울대 건축공학과 출신이신데 어떤 계기로 만화 쪽에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 고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렸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소년한국일보라는 어린이 신문사에서 만화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죠. 정작 건축공학에 대한 공부는 안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만화만 그렸어요. 그러다가 형의 도움으로 독일로 유학하게 되었고 독일에서 만화를 그리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전공을 찾다가 그나마 비슷한 뮌스터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게 된 거죠.




ㅇ 그러면 형제간의 우애가 각별하셨겠네요?

- 5남 2녀 중의 막내인데 5형제 모두가 독일에 가서 유학을 했거든요. 그 시절에 유학을 갔다고 하면 굉장히 유복했다고 오해들을 하는데 우리 형제는 생존을 위해 유학을 선택했습니다. 돈 없고 백 없는 우리가 성공하려면 오직 공부밖에 없다는 일념하나 만으로요. 큰 형이 편도 뱃삯만 갖고 먼저 떠났습니다. 그 뒤로 떠난 셋째형이 돈을 모아 넷째형의 비행기 티켓을, 넷째 형이 저를 독일로 올 수 있게 비용을 마련해주었죠. 그 시절에 독일로 유학을 간 이유는 단순했어요. 대학교가 등록금이 무료였거든요.



ㅇ 먼 나라 이웃나라를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독일 유학을 하면서 기숙사 앞에 학생들끼리 모여서 맥주를 마시는 공간이 있었어요. 저는 독일어도 잘 못하면서 거기에 껴서 학생들과 어울렸는데 정말로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고 깊이 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그때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세계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먼 나라 이웃나라를 만들게 되었죠.



ㅇ 책 속에는 일반적인 세계사에는 언급되지 않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언급되는데요. 정보 수집은 어떻게 하신건가요?

- 현지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기 때문에 기본적인 자료 이외에도 현지 사람들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많이 활용했어요. 서양 사람들은 토론문화가 발달해 있다보니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았어요.




ㅇ 혹시 지금까지 몇 개의 나라에 가보셨는지 그리고 몇 개 국어가 가능하신지요?

- 지금까지 가본 나라를 세어 보진 않았어요. 너무 많아서 그걸 세고 있지는 못하고요. 유럽은 거의 다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중앙아시아 쪽을 많이 못 가봤네요. 언어는 5개 언어가 가능합니다.



ㅇ 언어습득에 노하우가 있으셨나요?

- 한국 유학생들은 어딜 가던지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수업이 끝나면 한국 친구 집으로 가요. 숙소에서 김치찌개 끓여먹으면서 자기가 질투하는 사람을 욕하죠. 그렇게 생활하면 절대 말이 늘지를 않아요. 저는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 사람들 실컷 볼 테니까 여기 있는 동안에는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죠. 그게 독일 유학 때부터 언어습득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ㅇ 만약 한국에서 살지 않는다고 한다면 ‘살기 좋은 나라’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캐나다를 선택하고 싶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이고요. ‘관대한 나라’이며 ‘적이 없는 나라’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 중국, 한국인들이 캐나다에서 상당히 많이 살고 있어요.



ㅇ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이라는 책을 쓰시게 된 사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일본만화 ‘신의 물방울’을 읽으면서 그 안에 서양문화에 대한 사대주의와 열등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책을 쓰게 되었어요. 와인을 좋아하긴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제가 책을 쓰긴 했지만 세상에 제일 큰 거짓말 중 하나가 와인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에요. 현재 시중에 출시된 와인이 수십만 종이 넘는데 그걸 모두 알기란 불가능 하거든요.  






ㅇ 유학시절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 독일을 여행할 때였어요. 원래 가려고 했던 프랑크부르크 암마인(서독)을 프랑크푸르트 안더오데르(동독)으로 헷갈린 적이 있었어요.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차를 몰고 가다가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등골이 오싹했었어요. 그 시절엔 북한에서 한국 사람들을 납치하던 시절이었거든요. 부랴부랴 다시 돌아가려고 불법으로 유턴을 했는데 때마침 경찰에게 붙잡히고 말았죠. 벌금이 1,000달러였는데 낼 형편이 안되던 시절이었고 경찰이 그게 안쓰러웠는지 다행히도 그냥 보내주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ㅇ 책을 많이 쓰시니 많이 읽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책을 평소 얼마나 읽으시나요?

- 저는 책을 많이 사긴 해요. 그런데 끝까지 읽는 책은 소설 빼놓고는 없어요. 거의 발췌독을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게 되는 책의 양은 엄청 많아질 수밖에 없게 되었죠.



ㅇ 지금까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 중학교 때 읽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읽었는데 그게 제가 제일 감명 깊게 읽은 책입니다. 처음에 읽은 책은 문고판이었어요. 어린 시기였지만 감명을 받아서 나중에는 원문으로도 읽게 되었죠. 그 책이 제게 준 가르침은 ‘용서하고 살자’였어요. 그 뒤로 마음 편하게 살았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딱히 미워하는 사람이 없어요.



ㅇ 최근 읽으시는 책은 어떤 책인가요?

- 요새 유발 하라리 교수의 책을 읽고 있어요. 약간 과장된 내용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40대 중반의 나이인데 그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부분은 정말로 경탄스럽다고 생각해요.  




ㅇ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 지금 덕성여대 시각디자인과 명예교수를 맡고 있어요. 학교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이 오긴 하지만 제가 강의를 하게 되면 다른 한 명의 강사 자리를 빼앗게 되는 것이라서 하진 않아요. 그리고 지금은 먼 나라 이웃나라 러시아편을 집필하고 있어요. 러시아가 단순한 사회주의 국가로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나게 재미있는 나라라는 것을 아마 책을 읽어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ㅇ 요즘 여러모로 힘든 젊은 친구들에게 인생의 대선배로써 해주실 말씀이 있나요?

- 요즘 부모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가장 대표적인 말이 “너희가 뭐가 부족해서 불만이냐” 가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성공이 행복이었던 시대에서 행복이 성공인 시대로 바뀌었는데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모들 시대는 모든 분야가 블루오션인 시대였지만 지금은 레드오션인 시대죠. 사다리가 치워져서 신분이나 위치상승이 힘든 이 상황이 괴로운 것이 아니겠어요? 남과 비교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해지지만 쉽지가 않죠. 그렇지만 제일 큰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거에요. 어릴 적부터 판에 박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죠. 21세기는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해야 살아남는 시대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꼭 찾기를 바랍니다.



ㅇ 마지막으로 한국전력 블로그 구독자들에게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 제가 주례를 서러 가면 하객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아무리 길게 하더라도 2분 안에는 꼭 끝내줍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한마디는 이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아직 젊잖아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고 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세요. 





이원복 교수님은 1946년생이십니다. 저희들의 부모님 세대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으시죠. 인터뷰를 위해 교수님을 뵈러 가는 동안 다른 분들에 비해 대화가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대학교 총장님까지 하신 분이다보니 격식을 평소보다 더 차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막상 교수님을 뵈니 그런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정말 많이 웃으신다는 것을 얼굴에 나타나있는 세월의 흔적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고 몸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 건강관리 비결이라고 하셨지만 교수님의 진짜 건강의 비결은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 긍정적인 마음과 많이 웃으시는 것이라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조만간 출판될 먼 나라 이웃나라 ‘러시아 편’ 뿐만 아니라 아직 남아있는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이 시리즈로 다루며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사랑받는 책으로 기억되기를 교수님의 건강과 함께 바래보며 교수님과의 즐거운 인터뷰는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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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속에 인생이 있다. 2018.10.31 15:45 신고
    독서권장시리즈를 보면서 좋은글과 좋은책을 추천받고 있는 1인입니다. 인터뷰 내용이 매우 진솔하고 재미있게 보고 있으며, 꾸준한 시리즈 기대하겠습니다.
  • 양원주 2018.11.01 11:39 신고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네요~
  • 정태일 2018.11.02 08:40 신고
    섭외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매번 잘 이어가고 계신 걸 보면 굉장한 노력 하시고 세상에 대한 관심도 크신 것 같아요.
  • 양원주 2018.11.02 23:02 신고
    격려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많은데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예쁘게들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